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독립구단을 바라보는 온도차이가 현격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2013년 퓨처스리그 정식진입 및 100경기 편성에 관한 진실 공방. 원더스는 2011년 9월 6일 KBO로부터 ‘2013년 퓨처스리그에 정식 가입’이라는 문서를 이메일로 받았다고 했다. 반면 KBO는 ‘2012 시즌 이후 2013년과 2014년 일정에 대해 재논의하자’라는 주장이다. 원더스에 2013년 퓨처스리그 정식진입을 보장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원더스 하송 단장은 “문서에 사인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법적 구속력이 떨어진다. 사인을 안 했기 때문에 KBO가 문서를 안 줬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서 중요한 건 양자의 문서 진위 공방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원더스를 바라보는 KBO와 원더스의 온도 차이다. 그걸 극복해야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실리 중시한 원더스, 100경기 소화해도 무리 없다
원더스는 법정에 가도 문서에 KBO의 사인을 못 받았기 때문에 KBO에 이길 확률이 없다는 걸 안다. 원더스는 문서 진위 여부를 떠나서 KBO가 2013년부터 100경기 참가를 보장만 하면 OK다. 2010년부터 창단 논의를 할 때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에 창단을 결정했다는 논리다. 즉, 도의적인 약속이행을 바라는 것이다. 또 실제 법적인 대응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고 KBO가 끝까지 내년에도 48경기만 하라고 주장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하 단장은 “우리가 5할 가까운 승률(20승 7무 21패, 승률 0.488)을 올렸는데 리그 수준을 떨어뜨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선수가 적어서(35명 내외) 100경기가 무리라는 말에 선수를 50명으로 늘렸다”라고 했다. 원더스는 올 시즌 선전을 바탕으로 내년에 100경기를 소화해도 퓨처스리그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또 그렇게 돼야 원더스가 1군 선수 배출이 아닌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배출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하 단장은 “2군 퓨처스리그에만 참가하는 상무와 경찰청은 정식경기를 모두 치르는 데 우리는 왜 안되느냐. 한국야구 저변확대에는 우리가 더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군팀인 상무와 경찰청도 정식멤버로 뛰는데 자신들이 정식으로 뛴다고 해서 퓨처스리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실제 올 시즌 퓨처스리그는 11팀으로 운영됐다. 내년에 원더스가 기존 구단들과 동일한 입장에서 시즌을 소화하면 12팀이 서로 짝을 맞출 수 있어 리그 운영도 더욱 원활해지는 건 사실이다.
▲ 형평성 중시한 KBO, 원더스는 퓨처스리그 구단과 다르다
KBO는 원더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창단 논의를 할 때 102경기짜리 시뮬레이션을 보여준 적이 있다”라면서도 “선수 숫자가 적고 아직 수준이 떨어지니까 2012년엔 번외로 48경기만 치른 뒤 시즌 종료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2013년 퓨처스리그 정식 진입을 보장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경기를 봐도 아직 선수층도 얇고 수준이 떨어져서 내년 100경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21일 내년에도 48경기로 하자고 통보했다”라고 덧붙였다.
KBO의 논리는 이렇다. 원더스가 100경기를 치를 수준이 아직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독립리그 팀이 퓨처스리그 팀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독립구단은 프로구단과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니 프로팀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것이다. KBO 입장에선 원더스가 KBO 회원사도 아닌데 똑 같은 지위를 누릴 경우 기존 구단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100경기 일정을 짜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KBO는 원더스가 KBO 회원사와 똑같이 정식으로 시즌을 치르면 퓨처스리그 성격자체가 모호해진다고 본다. 이름만 독립구단이지, 결국 KBO 회원사 권리를 누리는 모양새라고 보는 것이다. 또 KBO는 그동안 충분히 원더스에 배려를 해줄만큼 해줬다고 본다.
▲ 양자 협의 데드라인은 내년 2월
하 단장은 “2월까지 계속 대화를 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원더스 입장에선 내년 2월까지 KBO를 설득하면 4월부터 시작하는 퓨처스리그서 100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KBO는 더 이상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원더스가 끈질지게 설득 작업을 펼치면 KBO가 재논의를 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순 없다.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을 앞세워 KBO를 설득할 태세다.
근본적으로 원더스가 내년 100경기를 보장받으려면 KBO와 원더스가 서로 독립구단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KBO는 좀 더 유연한 사고, 그리고 역지사지로 원더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하고, 원더스도 KBO 회원사와의 형평성, 퓨처스리그의 모호해지는 성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하 단장은 “기존 퓨처스리그 팀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다면 기존 팀에 준하는 투자를 할 생각이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원더스와 KBO의 평행선,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상을 받는 허민 구단주(위), KBO(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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