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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부담감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간 드라마를 젊은 배우들이 채워줬다면 우리 배우들은 30~60대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1, 2회만 봐 달라. 우리가 잘 해서 나이 많은 배우들도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지난 5월 24일,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손현주가 당부한 내용이다. 데뷔 21년차 손현주는 '추적자'가 대외적으로 첫 선을 보이는 제작발표회에서 여느 신인 연기자보다 공손했고 간절했다. 극중 배역에 맞게 수염을 기르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린다"를 외치던 그의 모습이 '추적자'가 종영한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만큼 '추적자'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추적자'는 송승헌의 MBC 드라마 '닥터진', 장동건의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과 함께 5월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추적자'는 불청객이었다. 새 드라마가 연신 선을 보이는 바쁜 시기였기에 더 외면받았다. 손현주를 필두로 김상중, 박근형, 김성령 등 실력파 배우들의 포진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공감대 가는 내용 전개에도 불구하고 '추적자'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무관심이었다.
이 같은 반응에는 드라마계의 고질적 선입견이 담겨 있었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드라마 현실상 한류스타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연기력은 두 번째였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청률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했고, 그 첫 번째가 톱스타의 섭외였다. 젊고 잘생긴 한류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드라마 현실에서 손현주는 다소 생소했다.
'추적자'가 더 빛나는 것은 호평 뒤에 내재된 의미에 있다. 톱스타 없이 연기력과 극 전개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기, 연출, 대본 3박자로 대변되는 드라마계의 정통성이 돈을 쫓는 퇴색한 드라마계에서도 통했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 상징성은 손현주로 대표된다.
손현주는 지난 8일 진행된 제 1회 2012 K 드라마 스타 어워즈(K-DRAMA STAR AWARDS, 2012)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결실을 맺었다. 이는 손현주 연기인생 첫 대상이라는 표면적 의미보다 '추적자'라는 드라마에 담긴 배우, 스태프, 제작진 모두의 대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드라마에서는 딸 아이의 죽음을 맞아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슬픔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 고심해야 했던 손현주. 그의 도전은 국내 드라마 상황과 연예계 구조를 인지했을 때 모험 그 자체였지만 그의 진심은 앞으로 드라마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대본을 손에 들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던 손현주의 부탁은 간절함을 넘어 슬픔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추적자'가 방영되는 지난 여름 여러가지 이유로 누구보다 슬플 수 밖에 없었던 손현주.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연기대상'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적자' 배우 손현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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