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다가오는 2013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 전원 투수, 전원 선발이라는 진풍경도 보게 될지 모른다.
아직 새해가 다가오지 않은 시점에서 각 팀은 새 외국인 선수 구하기에 한창이다. 구단별로 1명씩, 몇몇 구단은 2명 모두와 재계약한 곳도 있지만 둘 중 하나라도 교체하기로 결정한 구단들은 분주하다. 내년 시즌에 어떤 외국인 선수들이 오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정해진 부분도 있다. 모든 구단들은 타자가 아닌 투수를 영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모두 선발투수들이다. 두산 베어스가 스콧 프록터와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NC 다이노스를 포함한 9개 구단 모두 선발투수만 선발하게 됐다. NC는 아직 한 자리가 비어 있지만, 선발투수로 구하겠다는 내부 방침이 있다.
SK 와이번스의 새 얼굴인 좌완 덕 슬래튼은 불펜 경험이 많지만 마무리로 낙점되지는 않았다. SK는 슬래튼의 영입 배경에 대해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과 함께 선발,중간,마무리 보직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투수로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KIA 타이거즈가 재계약한 헨리 소사의 마무리 활용 가능성을 아직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소사는 마무리에 특화된 선수가 아니다. 재계약을 맺은 것도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때 마무리를 맡았지만 선발로 돌아온 레다메스 리즈(LG 트윈스)나 데니 바티스타(한화 이글스)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는 것도 소사의 마무리 전환이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봤을 때, 풀타임 외국인 마무리는 프록터가 유일했다. 프록터는 올해 57경기에서 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세이브 2위에 올랐다. 또한 2008년 한화의 브래드 토마스가 만든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31세이브)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프록터를 재신임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평균자책점은 준수했지만, 프록터는 1이닝당 1.16명의 주자를 출루시켰다. 특급 마무리 오승환(0.83), 정우람(0.86)과 비교하면 투구 내용은 불안했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모든 팀은 위기에서 잘 막아내는 투수보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투수를 선호한다.
마무리투수보다 선발투수가 더 가치 있다는 시각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선발투수는 경기의 시작부터 승패가 결정되는 시점 혹은 그 이전까지 던지는 반면, 마무리투수는 이미 승부의 향방이 결정되어 가는 경기의 흐름을 굳히는 일을 한다. 마무리투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투수는 아닌(대량득점 허용으로 역전당하는 것은 상대 타자들의 활약이므로) 탓에 각 팀도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를 모두 선발로 뽑는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반에는 심심찮게 볼 수 있던 외국인 소방수들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최근 성공한 풀타임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생각해봐도 2008년부터 2년간 던진 토마스가 유일하다. 롯데의 존 애킨스는 2009년 이용찬(두산)과 함께 26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83에 달할 정도로 불안했다. 지난해 바티스타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시즌 중에 합류해 던진 이닝이 35⅔이닝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마무리감으로 새로 오게 된 선수는 프록터가 유일했다. LG와 재계약한 리즈는 마무리 도전에 실패한 뒤 원래 자신의 위치인 선발로 돌아갔고, 한화와 재계약한 바티스타는 마무리 자리에서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끝에 선발로 전환했다.
각 팀의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보면 선발투수 선호현상이 단순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있었던 리즈와 바티스타의 실패는 외국인 마무리투수에 대한 부담감을 키웠고, 이는 각 구단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NC를 제외한 8개 구단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탄탄한 불펜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록터(위)-애킨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