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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장도현(이덕화)이 바다에 몸을 던지려는 찰나, 그를 원수처럼 여기던 천해주(한지혜)가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비겁하게 그렇게 가지 마요. 그 시대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방법이 잘못돼서 그런 거지 그 열정과 야망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신 것처럼 멈추지 말고 제 옆에서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어요? 여기서 포기하실 분 아니잖아요"
그리고 외쳤다. "아버지!"라고. MBC 드라마 '메이퀸' 속 이야기다. 천해주의 원수 장도현은 사실 천해주의 친부였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한지혜가 멋지게 복수하는 장면을 상상했건만 극악무도한 악인 이덕화가 아버지였다니. 또 한 번 한국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에 시청자들은 허탈했다.
최근 드라마를 마친 한지혜를 만나, '막장 드라마' 논란과 이덕화와의 마지막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켜보는 시청자들보다 그런 천해주를 연기해야 할 한지혜가 사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 "좀 더 여유를 두고 풀어낼 수 있었다면…"
"장도현이 아버지란 대본이 나오고 당황스럽긴 했어요. 물론 제작진 사이에서 얘기는 있었죠. '장도현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풀지 안 풀지도 모른다', 제작진도 고민했던 듯 해요. 그리고 우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방송에는 너무 늦게 나왔고요. 저도 보통의 감정으로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복수를 꿈꾸고, 증오하던 사람이 아버지란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해주의 반응이 중요하니까요. 연기하는 게 어렵겠다 싶었죠"
하지만 한지혜는 천해주처럼 아버지 장도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우가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하는 연기는 화면에 티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지혜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어차피 풀어낼 이야기였다면,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했다. 한지혜나 장도현을 연기한 이덕화도 그런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 해주의 "아버지!"란 부르짖음이 더욱 그랬다.
"복수를 37회까지 끌고 오다가 한 장면 안에 모든 걸 축약하려니까 사실 급한 면이 있었어요. 이덕화 선생님이랑도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한 2회만 더 연장했으면 좋겠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요. 한 회 만에 모든 게 해소돼서 저도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전 장도현이 뛰어 내리는 순간이 되게 슬펐거든요. 그리고 저도 절 믿고 연기했고, 나름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전 마지막회를 다섯 번도 넘게 다시 봤어요. 해주나 강산(김재원), 창희(재희) 모두 해피엔딩이잖아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 "검사 남편, 드라마도 사건 보듯…2세 계획은 아직"
지난 2010년 6세 연상의 검사와 결혼한 한지혜, 그의 남편이 아내의 드라마를 모니터하는 방법은 남달랐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이야기의 핵심, 중심 흐름을 파악하려고 해요. 피해자와 피의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같이 드라마를 사건으로 바라보고 핵심을 뚫거든요. 사건을 정리하듯 보기 때문에 도움도 많이 되는데, 어떤 때는 도움이 안 될 때도 있어요. 감정을 빼고 너무 원론적으로만 들어가더라고요. 하하"
극 중 키스신에 대한 남편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결혼하기 전부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배우 생활을 계속하면 그런 부분은 피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작품 할 때는 자주 연락을 못하고, 자주 보지도 못해서 제가 늘 'TV로 만나요'라고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작품 하는 동안에는 그냥 캐릭터로 바라봐 줘요. 또 이해심이 많거든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지금은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번 작품을 잘 마치고 나니까 다음 작품을 하기에도 수월하고요. 그래서 우선은 좀 더 욕심 내서 못다 한 연기 한을 풀고 싶어요. 또 아이를 낳은 뒤에도 좋은 활동 계속할 수 있으니까,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갖은 역경과 시련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천해주로 쉼 없이 38회를 달려 온 한지혜는 2012 MBC 연기대상에서 연속극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하며 노력을 인정 받았다. 그래도 한지혜는 여전히 더 달려나갈 수 있을 에너지를 품고 있다.
"패션을 워낙 좋아해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 같은 캐릭터요. 보통의 여배우들은 앤 해서웨이에 매력을 느끼지만, 전 메릴 스트립이 더 멋있고 매력적이에요"
[배우 한지혜.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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