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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물에 빠진 닭(백숙)을 먹기 싫다고 징징대던 꼬마가 11년 후 닭살 돋는 연기를 펼치는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7살 떼쟁이로 70살 연상(?)의 할머니와 동거했던 유승호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에서 9살 연상 윤은혜와 엇갈린 사랑을 하고 있다. 극중 개인 자산 운용가 강형준으로 출연하고 있는 그는 미소년의 얼굴로 복수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1993년생, 올해 22살이 된 유승호는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했다.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미운 7살로 갖은 밉상 짓을 하지만 사실은 정 많은 악동으로 호연해 원조 '국민 남동생'이 됐다. 이후에는 훈남 배우들의 아역과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무럭무럭 자라왔다. 2004년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김명민 아역을, 2005년 '슬픈 연가'에서는 권상우 아역을, 2007년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 아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아역을 떨치고 성인 연기자 신고식을 일찍 했다. 2010년 19살 때 '욕망의 불꽃'에서 출생의 비밀을 지닌 재벌 3세 김민재 역으로 출연해 극중 서우와 결혼까지 하며 완숙한 연기를 뽐냈고, 이후에도 2010년 '공부의 신', 2011년 '무사 백동수', 2012년 '아랑사또전'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연기력을 쌓아왔다.
스크린에서의 행보도 심상치 않았다. 2004년 '돈텔파파', 2006년 '마음이...', 2008년 '서울이 보이나?', 2009년 '4교시 추리영역', '부산'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2011년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스릴러물 '블라인드'에서는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었다.
단정한 이마, 날렵하고 깊은 눈매를 지닌 유승호는 등장 초기부터 소지섭과 닮은 얼굴로 줄곧 '리틀 소지섭'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소지섭과는 확실히 다른 고운 선과 슬림한 몸매는 미소년의 분위기가 한층 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인 'CG남'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미모는 이번 '보고 싶다'에서의 반전 캐릭터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정체가 드러나기 전 모성애를 자극하는 가련한 피해자였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했고, 복수를 위해 연쇄 살인도 정당화하는 이중적인 캐릭터이다. 단지 돈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엄마와 생이별한 불우한 과거에서 유일한 위로가 됐던 이수연(윤은혜)에게 버림받자 그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다. 오랫동안 순정을 바쳤던 여인이지만, 결국 자신을 떠나자 처절하게 밟아버릴 만큼 무자비한 것이다.
극중 강형준은 어릴 때 맹견에 물려 한쪽 다리를 절고 지팡이를 짚어야 걸을 수 있다. 그러나 망가진 몸보다 더 망가진 것은 비틀린 인격이다. 이런 복잡한 캐릭터를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유승호가 연기하기에 더욱 역할이 빛나고 공감이 가는 것이다. 더욱 깊어진 눈매로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웃는지 우는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갑자기 악마성을 드러내기에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겠다는 대학 특례 입학 러브콜을 거절했던 유승호는 제 나이 또래와 같은 시기에 군복무를 하겠다는 이유로 이번 작품을 끝내고 연예병사가 아닌 일반 사병으로 자원 입대할 예정이다. 제대로 물오른 창창한 연기자를 한동안 못 본다는 것은 아쉽지만,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시청자를 사로잡길 바란다. '리틀 소지섭'의 타이틀을 떼고 자라도 너무 잘 자란 유승호. 바람직한 외모와 바람직한 연기력으로 제대로 자란 유승호가 보고 싶고 또 자랑스럽다.
[배우 유승호. 사진 = 드라마 '보고싶다' 스틸컷(위), 영화 '집으로...' 포스터]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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