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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개그맨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6일 연속 음원차트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가수와 비(非)가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파이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된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는 9일 각종 음악사이트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 하하의 '섹시 보이'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 곡들은 모두 개그맨 박명수가 작곡한 곡으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특집 '박명수의 어떤가요'를 통해 방송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는 가수가 주체가 돼 음반을 발매하기 위한 곡이 아닌, 프로듀서가 꿈이었던 박명수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박명수의 어떤가요'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곡들이 약 14개월의 공백 끝에 컴백한 소녀시대 신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합동 프로젝트로 탄생된 백지영의 '싫다'를 제치며 리스너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능 및 방송을 주로 활동하는 박명수를 비롯한 개그맨들이 가수들의 주 활동영역인 음원시장의 현재 파이를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됐다.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무한도전'의 방송콘텐츠가 가수들에게 고루 돌아가야할 음원시장의 파이까지 삼키고 있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시선은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에게도 적용됐다. 지난해 용감한 녀석들은 팀명과 동명의 싱글앨범을 포함해 3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특히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는 장기간 음원차트에 머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용감한 녀석들은 지난해 11월 말 첫 번째 정규앨범 발매와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인생을 걸고 어렵게 음악을 하는 가수들에 대한 미안함도 작용했다.
용감한 녀석들의 용감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요, 예능, 연기 등으로 세분화됐던 연예계의 벽은 허물어진지 이미 오래다. 출신이나 분야와는 상관 없이 많은 연예인들은 다각화를 꾀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가수 출신의 은지원, 윤종신, 성시경, 김종민, 길, 개리 등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MC나 일원으로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또 가수 비, 박유천, 수지, 윤아, 유이 등이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꿰찼다.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연예계는 분야와 출신의 경계가 무너졌고 자유경쟁시대가 도래했다. 안 그래도 불황인 가요계의 파이를 개그맨, 연기자들이 먹는다고 불평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흐름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가수는 노래만 하고, 개그맨은 음악과는 상관 없는 개그, 예능프로그램을 하라는 것은 퇴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 연예계는 결합, 확장 등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대세라지만 기본적인 원칙과 주의점은 있다. 이와 관련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저 터질 때까지 뭐든지 한번 해보자는 식의 무대포 도전은 통하지 않는다. 그 분야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열정이 없이 섣불리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대중들의 심판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보통 영역 확장은 인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지만 그 분야에서는 신인이라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해서 불청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고 덧붙였다.
내게 주어진 파이를 옆에 앉은 짝꿍이 좀 먹었다고 머리를 쥐어 박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 내가 가진 파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법을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내일 짝꿍의 파이에 군침을 삼키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현재 음원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강북멋쟁이' 작곡가 박명수(아래 왼쪽)과 최근
컴백한 소녀시대(위)와 백지영. 사진 = MBC, SM엔터, WS엔터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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