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게 바로 SK 농구다.
서울 SK가 9일 울산 모비스를 잡고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4라운드 초반이긴 하지만 2위 모비스와 4경기차 단독선두질주. 문경은 감독은 “이젠 우승을 노리겠다”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현 시점에서 문 감독의 대권 야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시즌에는 그렇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분명 과제가 남아있다. 물론 SK는 그 과제를 뛰어넘는 치명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 3-2 드롭존, 이젠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SK가 선두를 달리는 원천은 단연 3-2 드롭존이다. 공격만 하고 수비에선 자동문이었던 SK 농구가 달라진 결정적인 계기다. 발 빠른 김선형, 변기훈 등과 힘이 좋고 스피드까지 있는 박상오와 김민수, 에런 헤인즈, 최부경 등은 이런 수비 조직 구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 감독은 “SK는 작년 동부의 드롭존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부의 3-2 드롭존에 비해선 날카로운 맛이 떨어진다. SK 주전들 중 2m가 넘는 정통 빅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비 이해도가 완벽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에 헤인즈가 서고 양 날개에 김선형과 변기훈이 선다. 뒤엔 박상오와 최부경이 떠받친다. 스피드와 센스가 있는 헤인즈가 탑에서 가드들과 압박을 하고 가운데에 볼이 뒤늦게 투입되면 골밑으로 들어가서 박상오, 최부경과 함께 겹수비를 한다.
4라운드가 넘어가면서 전략이 많이 노출됐다. 3-2 드롭존을 깨기 위해선 외곽슛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비가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코너의 수비 압박이 떨어지기 때문에 탑과 코너로 재빨리 볼을 돌리며 득점 찬스를 봐야 한다. 모비스는 전반 막판 문태영이 연이어 코너에서 득점을 만들었다. 안쪽에서 돌파를 즐기는 문태영이지만, 의도적으로 외곽으로 나와서 수비를 무력화 시켰다.
SK는 경기 초반 코트니 심스를 넣어 맨투맨 수비를 했다. 상대의 3-2 드롭 존 대비를 무력화시키는 문 감독의 전략. 그러나 확실히 우승 경험이 있고 볼 재간이 좋은 모비스에 1대1 수비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SK는 드롭 존을 버릴 수 없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오리온스에 경기 종료 직전 11점을 뒤집은 것 역시 드롭존이 이미 상당 부분 무너진 상황이었다.
▲ SK 농구의 치명적인 매력
SK는 확실히 수비 정비를 해야 한다. 헤인즈와 김선형은 속공이 주무기다. 상대 공격수가 슛을 시도한 뒤엔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을 한다. 사실 3-2 드롭 존에선 정석적인 방법은 아니다. 골밑에 두 사람이 서는데 공격수를 에워싸다 보면 위크 사이드가 생기기 마련이고, 상대가 슛을 한 뒤 볼이 그쪽을 떨어지면 공격리바운드를 빼앗기기 쉽다.
SK가 경기 막판까지 고전한 이유가 공격리바운드를 많이 내줘서였다. 라틀리프에게 무려 17리바운드를 내줬고, 경기 막판 시소 상황에서 4점 차까지 뒤진 요인 역시 리바운드 문제였다. 앞선에서 리바운드 가담이 이뤄지지 않는 한 3-2 드롭존에선 리바운드 약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일정 부분 속공을 포기해야 한다는 고민이 생긴다.
사실 이런 약점을 상쇄하려면 힘이 좋은 박상오를 톱에 세워 꼭지점 역할을 맡긴 뒤 스피드와 활동량이 좋은 헤인즈를 후방 배치해 최대한 리바운드 사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와 김선형이 앞에 서야 속공 전개가 쉽다”고 했고, 김선형도 “볼이 윙으로 돌 땐 해치 디펜스를 하고 상대의 슛 이후 곧바로 속공에 들어가라는 게 감독님의 지시다”라고 했다.
사실 SK의 속공은 엄청난 매력이 있다. 헤인즈와 김선형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돌파를 막을 팀은 현재 없다. 유 감독도 “SK 속공이 무섭다”라고 했다. 3-2 드롭존 자체가 가운데에 볼이 들어가는 시간을 늦추는 수비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공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문 감독의 묘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SK의 속공 농구를 팬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지금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김선형이 속공 한번, 돌파 한번을 할 때마다 천장이 뚫릴 기세다. 좀 과장을 보태서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 문 감독이 3점슛 하나 성공할 때의 오빠부대 환호성과 맞먹는다. 실제로 SK는 리바운드에서 뒤지고 무차별 3점슛을 허용했지만, 결국 속공이 살아나면서 역전극을 일궈냈다. 재미도 있고, 승리도 거듭된다. 팬들이 SK 농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한국농구가 볼거리가 없고 인기가 떨어지는 와중에 SK의 화려한 속공을 볼 수 없다는 건 농구계 전체로 볼 때 손해다. SK는 분명 정규시즌 우승과 포스트시즌을 대비해서 수비 약점을 메워야 한다. 심스를 내세운 맨투맨 수비를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지금의 특장점인 속공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건 SK 농구의 치명적인 매력이기 때문이다.
[김선형(위), SK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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