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워드는 배려와 헌신이다.
WBC 대표팀의 믿을 구석은 역시 타선이다. 1~2회 대회 이상의 최강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추신수(신시네티)가 빠졌지만, 이승엽이 복귀하면서 중심타선이 탄탄하다. 김태균(한화)과 이대호(오릭스)도 합류했다. 이들은 21세기 들어 가장 막강한 중심타자 트리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표팀에선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는다. 1회 대회선 이대호가 빠졌고, 2회 대회선 이승엽이 빠졌다. 베이징올림픽에선 김태균이 빠졌다.
이들의 포지션 해법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관심이 간다. 이대호가 3루를 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 1루수를 봐왔고, 3루엔 최정(SK)이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동시에 주전으로 투입될 가능성은 0%다. 두 사람이 지명타자와 1루수를 나눠 맡고, 한 사람은 대타로 대기해야 할 운명이다. 일본이 확실한 4번타자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승엽은 최근 꾸준히 “대타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라고 자신을 낮춘다. 하지만, 이승엽이 주전에서 빠질 확률은 낮다. 추신수가 빠지면서 이번 대회 왼손 장거리 타자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왼손타자들의 활용 방안을 예상해보면, 테이블세터를 이룰 이용규를 제외하곤 김현수, 손아섭 등이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승엽이 중심을 잡아줘야 좌타 라인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이승엽이 익숙한 3번타순에 들어간다면 결국 김태균과 이대호가 4번타순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밀리는 타자는 대타로 준비한다. 두 사람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다. 이승엽이 1루수비를 한다면 지명타자로 나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월 12일부터 시작되는 합숙훈련에서 이들의 포지션 교통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실 누가 어느 타순에 어떤 방식으로 기용될 것인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대호와 김태균 역시 “어떤 역할을 해도 관계없다”하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맏형 진갑용과 넘버2 이승엽이 먼저 “대타, 대수비”로 몸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치켜세우고 있다. 후배들 입장에선 그런 선배들의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잡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 전체적으로 국가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 타오르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국가들과 이웃나라 일본과 대만에서도 쉽게 느끼기 힘든 분위기다. 타선의 중심이 잡히면 그만큼 공격을 풀어가기가 수월하다. 자칫 껄끄러워질 수도 있는 역학관계에 놓였지만, 배려와 헌신으로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든든한 이번 대회 중심타선 후보자들이다. 마운드의 약세를 타선의 힘으로 메워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고무적인 분위기다.
[WBC 출정식서 소감을 밝히는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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