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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개그맨 정형돈이 부른 '강북 멋쟁이'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최근 음원 공개된 '강북 멋쟁이'의 음악적 완성도와 수준이 과연 소녀시대와 백지영 등을 꺾을 만큼 대단한 곡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며, 수준미달 곡이 방송을 타고 흥행을 보장받는 이같은 음원시장의 흐름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글로벌 메가 히트곡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항마(?)로 웃자고 만들기 시작한 '강북 멋쟁이'가 '강남스타일'의 여파와는 다르게 국내 가요시장에 만만치않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잘 생긴걸 어쩌란 말인가, 껌뻑 죽는 걸 어쩌란 말인가'라는 '강북 멋쟁이' 속 가사처럼 '인기가 있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 곡은 지난 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을 통해 처음 공개됐고 이후 음원으로 출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뒤늦게 방배동 살쾡이란 예명으로 작곡가에 도전한 박명수가 약 3개월간 속성으로 멤버 6인(정형돈 유재석 정준하 하하 노홍철 길)에게 맞춤 곡을 주고 멤버들도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스페셜한 무대를 선보이는 과정으로 꾸며졌다.
분명 방송을 타지 않고 공개됐다면 '강북 멋쟁이'의 음원차트 1위라는 성적을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또 그만큼 '무도'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이 됐다.
이에 음반, 공연제작자 및 매니지먼트 전문 사업가 350여 명이 회원으로 구성된, 매니저 3000여명, 회원사 소속 연예인 2500여명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직접 나서 견제를 시작했다.
16일 연제협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방송사의 음원 독과점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연제협은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제협 맹정호 부회장은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사업영역을 존중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다"며 서로의 영역은 터치하지 말자는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
'무도' 뿐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 엠넷 '슈퍼스타K',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MBC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 출시된 프로젝트 음원들이 방송을 타고 더욱 쉽게 대중에게 음악을 공급하면서 가요시장 전반에 흐름을 바꿔놓았고 그때마다 제작자들은 소리높여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개가수 전성시대가 도래된 것 역시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강북 멋쟁이'는 얼떨결에 연제협의 입장까지 이끌어내며 이같은 우려를 실질적인 문제점으로 표면화시킨 계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무도'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의 잘못으로만 봐야할 것인가? 그저 방송사와 제작사의, 가수와 개그맨 및 예능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그치는 사례가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MBC '무한도전' 방송을 타고 출시된 정형돈의 '강북 멋쟁이'. 사진 = MBC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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