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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성호는 사람을 웃기기에는 순하고 평범하게 생겼다. 실제 성격도 순하고 내성적인 편이다. 그런데 무대에만 오르면 기발한 분장과 능청스런 연기로 빵빵 터트린다. 특히 작년부터 방송된 ‘개그콘서트-멘붕스쿨’의 ‘갸루상’ 캐릭터를 통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갸루는 영어단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이 변하여 된 신조어로 밝은 금발 모발, 태닝한 피부, 파격적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일본 패션 문화로 박성호는 금발 단발머리와 판다 같은 과한 눈화장, 세라 교복까지 갸루족 같은 외모에 “선생니무상~! 사람이 아니무니다” 같은 일본식 말투와 4차원 개그 코드를 접목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갸루상’은 모든 질문을 다 부정한다. 자신은 ‘사람’이 아니므로 아무것을 못한다는 무념무상의 황당 대답을 남발한다. 워낙 비주얼이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말투라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고 연예인들조차 패러디를 종종 한다.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중독성 있는 캐릭터인 것이다.
박성호 또한 중독성 있는 개그맨이다. 박성호는 1999년 ‘개그콘서트’ 3회 차부터 합류한 이래 14년 동안 수많은 히트 코너와 인기 캐릭터를 거치며 서열 1위이자 든든한 맏형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의 변신을 식상하지 않고 항상 새로웠다. ‘강철대오’를 외치는 운동권 학생, ‘레미파솔라~’를 노래하던 스테파니, 살림살이를 걱정하던 정치인 패러디까지 매번 새롭게 변신하며 끊임없이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왔다.
‘개그콘서트’는 매회 연속되는 코너의 특성상 자칫 싫증 날 수 있으며, 유행어가 남발되면서 예상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기에 항상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갸루상’은 매번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며 웃음의 포인트를 조율하고 있다. 가장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연구하고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큰 웃음을 만들어 낸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위해 자신을 후배의 아이디어를 빠는(?) 빨대라고 비하했지만,이는 사실이 아니다. 누구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며, 기발한 시도를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다. 못된 선배를 자처했지만 채택한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잘 살리며, 후배에게 공을 돌리며 악역을 자처해왔던 것이다. 또한 어떤 코너를 기획하든 ‘개그콘서트’ 시험 무대로 활용되는 대학로 공연을 반드시 거친다. 작은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된 다음에야 방송에 임한다.
대중들에게 항상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기에 27년간 남들 앞에서 울지 못했던 사연도 공개됐다. 최근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그는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감정 표현을 못했던 이유는 개그맨이기에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아야 하다는 철저한 프로의식 때문임을 밝혔다.
최근 새 코너 ‘애니뭘’에서 유명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로 등장하여 “나도 맨 얼굴로 나오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며 큰 웃음을 줬던 박성호. 맨 얼굴이든, 분장한 얼굴이든 그가 나오면 웃을 준비부터 하게 되는 천상 개그맨이다. 변화를 두려워했다면 ‘갸루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끊임없이 연구하는 그의 성실함은 세계 기네스감이다.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될 만한 존경스러운 박성호. 대한민국을 웃게 하는 그의 활약을 더욱 기대해본다.
[박성호. 사진 = KBS 2TV '해피투게더3', '김승우의 승승장구' 방송화면 캡처]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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