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류승룡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그의 얼굴 속에 어떤 인물이 얼마만큼 숨어 있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 '최종병기 활'의 카리스마 장수 쥬신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킹메이커 허균 등 매 작품마다 각기 다른 인물로 완벽히 빙의됐다.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지능이 6에에서 멈춘 딸바보 용구 역을 맡았다. 용구 역시 쥬신타, 장성기, 허균 등이 그래왔듯 '심(心)스틸러' 류승룡의 손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앗아가는 매력적 인물로 탄생됐다. 용구는 비록 지능은 6세 수준이지만 다른 어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 동심을 지녔고 딸 예승(갈소원)을 향한 가슴 따뜻한 해바라기 부성애를 보여준다.
용구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류승룡은 실제 지적 장애를 가진 20대 후반의 남성을 직접 만나며 세상에 때가 타지 않은 용구의 내적, 외적 이미지들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용구의 모습 중 연기가 아닌 부분도 있다. 바로 예승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용구가 그랬듯 류승룡 역시도 예승 역의 갈소원을 실제 딸처럼 아끼고 예뻐한 것.
두 아들의 아버지인 류승룡은 갈소원 같은 딸을 갖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둘째가 나오는 순간 포기했다"며 "둘째가 딸이었으면 셋째는 무조건 낳으려고 했다. 아들과 딸이 골고루 있으니까. 셋째가 아들이면 심각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소원이를 쭉쭉 빨았다"며 "아이들은 뽀뽀를 하려고 하면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소원이는 항상 해줬다. 촬영장에 오면 내 무릎에 와서 앉고, 베고 자기도 하고, 몰래 장난도 친다. 굉장히 예쁘다. 선물도 줬다. 아주 아끼는 것이라며 줬는데 별 스티커였다. 너무 고마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이라 입학선물로 가방을 선물해줬다. 크리스마스 때도 선물을 고르라고 했더니 소박하게 블록을 골랐다. 때가 되면 '아빠 메리크리스마스'이러면서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준다. 1월 1일에도 보내줬고. 눈썰매장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 같은 걸 보내준다. 딸을 하나 얻은 것 같다. 나중에 사춘기 때나, 남자문제, 대학진로 문제 같은 것을 상담해주고 싶다. 결혼할 때 주례를 보면 더 좋고. 딸처럼 인생을 같이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새롭게 얻은 딸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7번방의 선물'에서 6세 지능의 용구가 돼 예승과 호흡을 맞춘 류승룡은 현재 촬영 중인 '명량-회오리바다'에서 왜군 장수 역을 맡아 이순신 장군 역으로 캐스팅 된 최민식과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이에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위해 불어, 스페인어, 아프리카어를 공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왜군 장수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류승룡의 사전에 '변화=두려움'이라는 공식은 없는 듯 하다. 영화에 올인하기 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훗날 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를 꿈을 꾸고 있다. 최근 류승룡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류승룡은 "뮤지컬 배우가 옛날부터 꿈이었다. 몇몇 평들을 보면 러셀 크로우랑 나랑 닮았다고 한다. 난 자베르가 어울리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장발장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남는다면 영어와 뮤지컬 공부를 하고 싶다. '류승룡이 뮤지컬?'이라며 나중에 깜짝 놀래키고 싶다. 옛날에 뮤지컬을 해봤으니 2~3년 더 노력하고 준비해서. 뮤지컬은 무조건 꼭 투자해야만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다. 그걸 해야지만 소화해 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부러운 배우들이 황정민, 조승우, 유준상 같은 배우다. 너무 부럽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배우들이 얼마 없다"고 부러움을 표했다.
천의 얼굴 류승룡이 6세 지능의 용구 역할로 또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용구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 딸 예승을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인 교도소에 반입하기 위해 벌이는 미션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로, 개봉 후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며 흥행몰이 중이다.
[배우 류승룡.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