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천후 병기는 누구인가.
9개구단의 해외 스프링캠프. 각 팀들은 마운드 옥석 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운드 보직을 나눠 본격적으로 경쟁체제가 막이 오르는 시점이다. 홀수구단체제로 진행되는 특수한 시즌. 3연전 시리즈서 무조건 1팀이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5선발 체제를 지킬 필요 없이 상황에 따른 보직 파괴가 빈번할 전망이다.
스윙맨들이 주목받고 있다. 때로는 5선발, 때로는 롱릴리프로 활약할 투수를 많이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각양각색의 스윙맨이 많은 팀은 투수 엔트리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상대팀에 투수 운용 계획을 최대한 숨길 수 있다. 그만큼 감독의 경기운영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또한 예정된 투수 운용이 어긋나면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낼 적임자가 될 수도 있다. 스윙맨들이 올 시즌 순위다툼은 물론이고 리그 수준 및 컬러까지 좌우할지도 모른다. 예전엔 애물단지였으나 이젠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천후 비밀병기인 셈이다.
▲ 삼성 SK, 두산, 롯데 스윙맨들이 넘치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노리는 삼성. 스윙맨 후보들도 쟁쟁하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탄탄하다. 배영수 혹은 차우찬 등 선발급 스윙맨부터 이우선, 김희걸, 신용운 등 재기 혹은 부활을 노리는 투수도 있다. 삼성은 올 시즌 기존 필승조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스윙맨이 제 몫을 할 경우 마운드 운용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SK는 정우람이 빠져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화됐다. 그래도 전통적으로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투수가 많았다. 채병용과 송은범은 일단 선발 후보로 분류되지만 스윙맨도 가능하다. 신승현, 이영욱, 이재영 등도 후보다. 다만 이만수 감독이 정한 스프링캠프 참가 기준에 미달된 김광현, 송은범, 채병용 등이 중도 귀국했다는 게 변수다. 이들의 몸 만들기에 따라 스윙맨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두산도 삼성 못지 않게 선발진이 풍족하다. 또 전통적으로 힘 있는 우완 정통파가 많았다. 선발투수 중에선 노경은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롱릴리프로 활용된 경험이 있다. 노경은은 구위가 좋을 경우 선발 상위 순번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실제로 스윙맨으로 뛸 가능성은 낮다. 두산은 공석인 마무리를 결정해야 스윙맨을 결정할 수 있다.
롯데도 스윙맨 후보가 즐비하다. 김시진 감독은 이미 불펜 투수가 최소 1이닝 이상 소화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상황. 긴 이닝을 끌 수 있는 자원이 각광받을 환경이다. 두산에서 영입한 김승회나 KIA에서 영입한 홍성민, 5선발 후보 고원준은 롱릴리프 유력 후보다. 셋업맨 김성배도 상황에 따라 스윙맨으로 쓰일 수 있다.
▲ 전천후 병기를 누구로 정할까
KIA는 선발진은 풍족하다. 그러나 셋업맨과 마무리는 오리무중이다. 선동열 감독은 선발급 구위를 지닌 투수를 마무리로 돌리겠다고 선언한 상황. 이는 선발진 중에서 롱릴리프로 자주 나올 투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김진우, 한기주, 소사 등이 마무리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마무리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경우 5선발 혹은 롱릴리프 안착 가능성도 엿보인다.
넥센과 LG도 아직은 확실한 스윙맨 후보를 점치기 힘들다. 두 팀은 손승락과 봉중근이라는 확실한 마무리가 있다. LG는 유원상과 정현욱이 셋업맨으로 나설 전망.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체적인 불펜 짜임새는 썩 강하다고 볼 수 없다. 전천후 투수가 부족하다. 한화와 NC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 팀은 선발진 구성부터 안개 속에 있다. 마무리와 셋업맨이 구성된 후에야 5선발 겸 롱릴리프 후보를 정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상위권에 입상한 팀들 중에서 5선발과 롱릴리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후보가 많다. 이는 지난 시즌에도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있었던 팀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됐다는 방증이다. 홀수구단체제로 진행될 올 시즌엔 더더욱 이런 경향이 심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섣부른 전망은 이르다. 풍족한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팀도, 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맨 후보들 만큼이나 감독의 마운드 활용능력도 중요해졌다.
[스윙맨 자질이 충분한 차우찬(위), 채병용(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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