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연봉 재계약을 완료했다. SK는 29일 "정근우를 포함한 미계약자 4명 전원과 연봉 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13년 선수단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SK가 연봉 계약을 발표한 선수는 내야수 정근우와 최정, 송은범, 박희수다. 4명 모두 SK 주축 선수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거액에 계약한 사실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정근우는 지난해 연봉 3억 1000만원에서 2억 4000만원 인상된 5억 5000만원에, 최정은 2억 8000만원에서 2억 4000만원 인상된 5억 2000만원에, 송은범은 2억 4000만원에서 100% 인상된 4억 8000만원에, 박희수는 7000만원에서 1억원 인상된 1억 7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 중 최정과 박희수의 경우에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연봉 액수다. 최정의 경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과에 따라 올시즌 종료 뒤 FA가 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인상요인은 역시 지난 시즌 활약이었다. 지난해 최정은 130경기에 나서 타율 .300 26홈런 84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팔방미인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탄탄한 수비까지 곁들이며 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박희수 역시 다르지 않다. 34홀드로 단일 시즌 홀드 신기록을 세우는 등 8승 1패 34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SK 마운드의 중심이 됐다.
눈길이 가는 곳은 정근우와 송은범의 연봉. 이들은 올시즌 종료 후 나란히 FA가 된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FA 프리미엄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구단으로서는 FA 전 시즌 높은 연봉을 지불해야 선수의 활동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를 다시 잡기도 쉬울 뿐더러 놓치더라도 더 많은 금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정도'다. 정근우의 인상률 77.4%와 송은범의 인상률 100%는 2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에게는 흔히 볼 수 없는 숫자다. 더군다나 이들은 지난해 아쉬움이 남는 한 해를 보냈다. FA 프리미엄이 붙는다 하더라도 지난해 활약 대비 올시즌 인상률이 납득이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근우는 지난해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27경기에 나서 타율 .266 8홈런 46타점 22도루 53득점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1번 타자 자리를 내주고 6번이나 9번타자로 나선 경기도 있었다.
송은범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8승 3패 평균자책점 4.15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부침을 거듭하며 100이닝에 못 미치는(97⅔이닝) 투구이닝을 기록했다. 승운이 따르며 승수는 많았지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6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근우는 5억 5000만원, 송은범은 4억 8000만원이라는 대폭 인상된 연봉 계약서를 받아든 것이다.
SK는 연봉 협상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다른 곳의 상황을 보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롯데는 예비 FA 강민호에게 3억원에서 83.3% 인상된 5억 5000만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SK의 기준이 된 계약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민호의 경우 정근우, 송은범과는 다르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273 19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타격과 안방을 이끌었다. 롯데 팀내 홈런 1위, 타점 2위에 올랐다. FA 프리미엄이 붙었다고는 하지만 정근우와 송은범의 계약 내용에 비해서는 오히려 합리적인 액수로 보이기까지 한다.
해당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상황에서의 FA 프리미엄은 납득이 될 수도 있지만 데뷔 이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시즌 중 한 해를 마친 뒤 얻은 연봉 대폭 인상에 대해 쉽사리 납득이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그 대상팀이 그동안 합리적인 액수로 연봉 계약을 체결했던 SK라면 더욱 그렇다.
[예비 FA 프리미엄 효과를 누린 SK 정근우(왼쪽)와 송은범.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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