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베를린' 류승완 감독은 찍은 것만큼 찍힌 것도 많은 영화가 바로 '베를린'이었다고 했다. 감독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예상 외의 성과가 화면에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석규가 연기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의 독특한 아우라다.
정진수는 국제적 음모와 배후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국정원 요원이다. 그러나 조직이 그를 따라주지 않는다. 혼자서만 동분서주 분주한데, 조직은 그를 이해하기는 커녕 조용히 살라고 부추긴다.
그런 정진수는 북한의 표종성(하정우)을 만나게 되고, 엔딩에서 표종성과 그의 아내, 련정희(전지현)의 비극을 함께 맞닥뜨린다. 그 장면에서의 한석규의 표정은 압권이다. 쓸쓸하면서 서글픈 그의 눈빛에서는 14년전 '쉬리'가 아른거린다.
1998년작 '쉬리'에서 한석규는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비밀요원 유중원을 연기했다. 지금의 정진수 보다는 더욱 활기찬 인물이었다. 하지만 유중원은 극의 말미 엄청난 비극과 마주친다. 그가 집요하게 추적하던 북한의 특수 8군단 소속 최고의 저격수 이방희(김윤진)가 바로 사랑하는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명현이자 이방희인 그녀의 죽음 앞에 무력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분단이라는 비극 속에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유중원의 아픔은 표종성의 아픔과 마주하는 정진수의 눈빛과 겹치면서 당초 '베를린'의 정진수가 가진 스토리 이상의 것을 이끌어냈다.
류승완 감독은 또 "이 영화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신 분이 바로 한석규 선배"라며 "한국 사회의 중년의 모습을 한석규 선배가 살릴 수 있었다. 밑에서는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찍어누르고 그럼에도 자기 일을 해야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의 중년이다. 자기가 누군지에 대한 질문도 잘 하지 못하면서 산다. 정진수가 '내 일인데 무슨 이유가 있나'라고 말할 때, 그 대사에는 생명력이 실렸다"라고 전했다.
['쉬리'의 한석규(위)와 '베를린' 속 한석규. 사진='쉬리'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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