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액션의 가능성? 리얼리즘과 한, 독이자 곧 무기
스턴트에 안전? 어불성설…직업정신으로 살아남는다
"정두홍 키즈요? 하하. 전 원하지 않아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한 때는 배우를 꿈꿨지만, 이제는 배우보다 더 유명해진 정두홍 무술감독. 그는 2013년 현재 한류 열풍의 또 다른 주인공이 돼있었다.
얼마 전 '지.아이.조2' '레드2'에서 이병헌 액션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자연히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정두홍 감독. 지난 해부터 솔솔 들리는 충무로 소문에 의하면, 할리우드가 정두홍의 액션에 반했다라고 한다.
할리우드마저 반해버린 한국의 액션이 궁금하던 차, 정두홍 감독이 참여한 영화 '베를린'의 뚜껑이 열렸다. 결과는 기대이상. '짝패'로 국내 액션의 정점을 찍었던 그는 '베를린'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작 그는 "정두홍 하면 턴만 돈다고 해서 이번에는 턴을 자제했다"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정두홍 감독에게서 한국 액션의 특징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먼저, '베를린'에서 하정우 탈출신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굉장했다.
내 눈엔 원샷원킬이었다. 첫 테이크가 갔는데 굉장히 아파보였다. 액션은 곧 고통이다. 나도 웬만해선 오케이 안하는데 너무나 아파보였고 괜찮았다. "됐죠?" 하니 류승완 감독이 "안 아파보여요"하더라. 결국 다시 갔다. 그렇게 나온 장면이다.
- 스턴트 하신 분은 괜찮나?
목과 어깨를 다쳤는데 지금은 괜찮다. 사실 안전한 스턴트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달 내내 찍어도 안된다. 배우들이 실제로 슬픈 감정을 느끼며 연기할 때 전달이 되듯 스턴트도 마찬가지다. 실제 아파야 그 아픔이 전달될 수 있다.
-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차에 치이는 것은 당연히 위험한데,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는 일부러 차에 박지 않나. 당연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가 사는 이유? 그것은 직업의식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낙법'과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훈련된 이들이다. 술 먹고 넘어져도 우리는 보호본능으로 다치지 않게 착지한다.
-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기술이다. 얼마나 연습해야 가능한 건가.
적어도 3년?
- '베를린'의 액션이 '본'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오히려 우리 액션은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이와 침묵맨의 것에서 따왔다. 그 액션 클립만 다시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다. 서양인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아시아의 임팩트와 스피드 그리고 파워가 있다. '본'을 다시 보시라. 다 카메라 흔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속도가 빨라도 카메라는 안 흔들었다.
독불이와 침묵맨의 액션은 스타일이 기존 액션들과 다르다. 주먹질 싸움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수기가 들어있다. 하지만 그 영화는 대중적 인기가 없었고 그 당시에는 저 역시도 인지도가 없었던터라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 영화는 '피도 눈물도 없이' 부터 액션이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나이트 클럽에 야구 방망이 들이 주류였다. 참, '베를린'은 발 동작이 별로 없다. 터닝은 고난위도 액션이라 좋아하는데 정두홍 액션은 매일 돌기만 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그만 돕시다' 했다. 사실 이런 부담감이 많다.
- 할리우드에 진출하셨다. '지.아이.조2'에 이어 '레드2'까지.
참. 우리의 것이 소중하다고 늘 이야기 하지 않나. 그 말을 절실히 절감하고 왔다. 여기에서 늘 지적받던 액션을 거기서 연습하면 다들 눈이 커진다. 촬영할 때 소문이 나서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던 스태프들이 구경하러 오기도 했다. 한국액션은 다들 처음 보니까.
지금까지는 아시아 액션 하면 다 성룡이었다. 하지만 정두홍의 액션은, 그리고 이병헌의 액션은 한국 스타일이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가 놀랐다.
처음에는 인사도 안 받아줬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늘 허리 굽혀 인사한다. 두 달 이나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더라. 아주 극히 일부만 받아주고. 그러다 이병헌이 리허설 하는 날 '형이 좀 해라' 하기에 7합 정도 했다. 두달 동안 쌓인 분노를 실어 마지막 턴을 돌고 노려봤다. 상대가 움찔했다. 그 때 존 추 감독 등 다들 보는 눈이 달라졌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 같이 오랫동안 액션해온 사람도 놀랐다. 다음날 소문이 다 났다. '레드2'에서는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안소니 홉킨스가 와서 '너가 두야? 브루스가 널 칭찬하더라. 좀 보여줘' 하더라. 그렇게 브루스 윌리스가 병헌의 액션에 반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다 같이 합을 맞추는 신에서 감독에게 한(이병헌의 극중 이름)의 클로즈업 신도 있어야 한다고 건의한 적도 있다. 현장에서 굉장히 존중받았다. 영국에서 한국영화제 할 때 그 대배우들이 다 가지 않았나. 원래 존 말코비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격인데도 갔다. 헬렌 미렌이 '갈거지?'하니까 눈치보다 따라간거긴 하다(웃음). 한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반할 수밖에 없는 한국액션의 특징이 뭔가?
리얼리즘이 풍부하다. 대신에 이야기의 스펙트럼은 적다. 스텍트럼이 넓어지면 다양한 액션이 가능한데 그렇지는 못하다. 우리의 한계가 있긴 있다. 미국은 판타지부터 별별 장르 속에 액션이 다 가능해서 하늘도 막 날아다닌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하정우가 하늘을 난다고 생각해봐라. 전지현이 원더우먼? 이상하지 않나. 정서와 안 맞다.
-만약 나오면 인터넷 짤(짤림방지 즉 짤방의 줄임말로 '사진'을 일컫는 말이다)로 평생 남을 것 같다.
그렇다. 하지만 그게 또 가능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리얼리즘에 충실하고 그래서 또 전세계에 나가도 버틸 수 있다. 또 우리에게는 한(恨)이 있다. 그 한은 독이 되지만 한을 품어 새로운 것을 향해 정진하면 또 다른 차원을 보여줄 수 있다. 독이지만 동시에 무기가 되는 셈이다.
-이제 정두홍 키즈도 나올 것 같다. 정두홍 키즈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
정두홍 키즈 자체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한국액션을 짊어질 액션스타가 나오길 바란다. 이제 정말 나와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이연걸도 성룡도 사라져가는 지금이 적기다. 이병헌 씨처럼 멋지게 주인공이 돼 넓은 무대에서 한국 액션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이병헌 씨도 최고다. 열심히 하고 할리우드에서 이 친구에 대한 신뢰도도 굉장히 높다.
[정두홍 감독. '베를린' 스틸. 사진=레몬트리 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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