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잔소리 많이 해요. 혼도 많이 내죠.”
오리온스 조상현. 연세대 시절부터 SK, KTF, LG 등을 거치며 인기가 많았다. 백업이란 보직은 그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세월은 흐르는 강물. 그도 어느덧 38세의 베테랑. 물러나야 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상현이 이대로 물러서기엔 좀 억울하다. 1999-2000시즌 청주 SK에서 우승한 뒤 변변한 우승 맛을 보지 못했고, 오리온스에서 후배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
조상현은 11일 동부전서 20분 33초간 13점을 넣었다. 1일 전자랜드전 8점 활약에 이어 열흘만의 선발출전 경기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예전과 같은 폭발력은 없다. 이젠 체력도 달리고 몸 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다. 추일승 감독은 조상현이 경기 초반 부담이 없을 때 경기 흐름을 가져다 주길 바란다. 조상현은 이날 추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조상현은 시간이 흐르면서 궂은 일의 중요성, 팀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떴다. 그가 보는 오리온스. 여전히 젊은 선수가 많고 화려한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가 많다. 9일 KGC와의 홈 경기만 해도 화려함만 추구하다 무너졌다. 추 감독이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라고, 젊은 선수들이 보고 느끼라고 조상현을 출전시킨 의미도 있었다.
조상현은 “선수들이 화려한 부분이 있다. 궂은 일을 해주는 선수가 부족하다. 오늘은 수비에서 해보자고 했다. 내가 잘한 건 아니고 (김)동욱이가 중심이 돼서 잘 해줬다. 감독님을 기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줬다. 그러면서 슛도 잘 터졌다. 동욱이와 리온 윌리엄스가 상대 외국인 선수를 잘 막아줬고, 리바운드를 잘 해줘서 나도 슛을 편하게 던졌다”라고 했다.
조상현은 더 이상 개인기록에는 관심이 없다. “내 운동을 열심히 하고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게, 솔선수범을 한다. 어린 후배들이 따라온다”라고 했고 “게임을 못 뛰는 선수를 챙기는 게 내 몫이다. 후배들에게 잘 안 되는 부분은 혼도 내고 잔소리도 많이 낸다.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힘줘 말했다. 팀을 위해서 최고참인 자신이 기꺼이 잔소리꾼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상현이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크다. 운동도 너무 열심해 해서 보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조상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6강을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라가서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게임 좀 더 갖춰나가야 한다. 오늘같이 궂은 일을 많이 해주는 경기가 필요하다. 고참으로서 주위를 환기하고 코트에선 내가 그 역할을 하겠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리온스에 이날 1승 의미는 조상현의 활용도를 찾은 것이다. 궂은 일을 해주고, 후배들을 잡아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6강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노리는 오리온스 선수들은 조상현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조상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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