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대로는 안 된다.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
5년만에 부활한 여자프로농구 외국인선수제도. 청주 KB 리네타 카이저의 태업에 이은 한국비하발언논란과 퇴출. 이 사건은 WKBL의 외국인선수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KB는 허술한 규정 탓에 아무런 수도 써보지 못하고 피해를 입었다. 카이저 논란 후 3연패를 맛보며 4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 WKBL, 외국인선수 부상 판정될 경우에도 연봉 전액지급
현재 KBL은 기타사유, 즉 사실상 기량 미달로 외국인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WKBL은 그런 규정이 없다. 때문에 WKBL 지정병원의 진단서에 부상으로 판정이 내려져도 구단은 외국인선수에게 정해진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KB는 카이저의 태업을 알고도 속만 썩다가 퇴출이라는 마지막 강수를 뒀다. KDB생명도 시즌 중반 부상을 이유로 단 3경기를 뛴 비키바흐에게 정해진 연봉을 모두 지급했다.
카이저는 12월 중순 이후 발목 부상을 이유로 약 50여일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정상 복귀했으나 9일 신한은행전을 앞두고 또 다시 부상을 이유로 뛸 수 없다면서 KB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 시점에서 WNBA 피닉스 머큐리와 재계약에 성공해 무리하게 KB에서 뛸 이유가 없었다. 아파서 안 뛰어도 월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나중에 WNBA에서 건강한 몸으로 좋은 성적을 올려 상품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카이저처럼 WNBA 출신 외국인선수들은 한국 무대보단 미국 무대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설렁설렁 뛰는 경우가 있다. 모든 외국인선수가 그런 건 아니다. 그러나 현 규정처럼 병원 진단서 한 장으로 태업을 하고도 버젓이 연봉을 받아낼 수 있는 구조라면 곤란하다.
보통 WNBA에서 식스맨으로 뛸 경우 8~10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는데, WKBL은 월봉만 최대 3만달러, 각종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15만달러 가량 수령도 가능하니 WNBA 스타들에겐 외면할 수 없는 무대다. WKBL이 계속 WNBA 스타출신 혹은 식스맨급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오고 싶다면, 짭짤한 연봉에 걸맞은 세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에이전트 1명? 교체횟수 무제한?
현재 WKBL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는 단 1명이다. 원래 2명이었으나 1명이 6개구단 외국인선수의 에이전시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WKBL은 작년 여름 최경환 총재 부임 후 갑작스럽게 3라운드부터 외국인선수제도 부활을 선언했다. 급하게 드래프트를 추진했다. 구단들이 직접 외국인선수 후보군을 추릴 시간도 부족했다.
당연히 에이전트가 협상의 우위에 설 수 있는 구조다. 카이저 사태는 태업을 펼친 카이저 본인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으나 에이전트와 선수의 농간을 아무런 제재 없이 지켜봐야 하는 WKBL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내년 시즌부터는 구단이 직접 외국인선수를 보러 비 시즌에 해외로 발품을 팔러 나가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에이전트들끼리 경쟁이 붙어야 선수의 태업을 두고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WKBL에는 외국인선수 교체횟수 제한이 없다. KBL의 경우 진단서를 첨부한 부상자는 무제한 교체가 가능하다. 다만, 기타사유, 즉 기량미달로 인한 교체는 2회만 가능하다. 그러나 WKBL은 어떤 사유에서도 교체 제한 한도를 두지 않으면서 구단들에 부담을 안겨줬다. 구단들이 자꾸 선수를 교체하면서 입맛에 맞는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몸값 부담이 커지고, 어느 순간에는 에이전트에게 끌려 다닐 수도 있다.
여자프로농구의 인기부활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재도입한 외국인선수제도. 일부 팀의 경기포기 논란 등으로 뒤숭숭한 KBL과는 달리 흥미로운 순위판도 유도 및 긴장감 조성에선 성과를 봤다. 그러나 카이저 논란으로 보듯 맹점도 분명하다. WKBL 외국인선수제도에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 단순히 내년 시즌부터 2명보유 1명출전으로 바꿀 것만 고려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제2의 카이저가 나와선 안 된다.
[태업 논란으로 퇴출된 카이저(위), WKBL 외국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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