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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세련된 외모에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가 어느 날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노처녀 역할로 카메라 앞에 섰다. 게다가 파트너는 22살 연상의 배우. 엉뚱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선우선(37)을 만나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기존의 이미지가 차갑고 도시적이니까 '다른 역할을 맡고 싶다' 생각 하던 참에 '백년의 유산' 시놉시스를 봤어요. '무릎 나온 바지를 입고, 4차원이고, 순수한 여자' 이게 엄기옥이란 인물을 설명하는 문구였어요. '이거다. 겉으로 보이는 행색은 좀 초라해도 속에는 따뜻하고 깊은 정이 있겠구나' 그래서 역할을 선택하게 됐죠."
"솔직히 첫 촬영 앞두고는 박영규 선생님이 무서운 분은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처음 만난 날 저를 '우선아'라고 가만히 부르시더라고요. 사실 제 이름은 '선'인데 말이죠.(웃음) 그러고는 제게 '나이 많은 사람하고 연기하기 싫지?'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얼른 '아니요'라고 답했죠. 그러니 선생님이 한 마디 하셨어요. '그럼 나 용기 가져도 돼?'라고. 사실 나이 차이가 있는 커플 연기에 저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먼저 얘기해주시니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죠."
선우선의 22살 연상 러브라인 파트너 박영규에 대한 자랑은 계속됐다.
"촬영을 하다 보면 배우는 게 너무 많아요. 선배라기보다 선생님이시잖아요.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며 차곡차곡 에너지를 쌓아온 분이죠. 같이 맞춰나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요. 이런 작품을 마무리하고 나면 '백년의 유산'이 제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선우선의 설명에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파트너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하나 남았다. 카메라 밖 배우 박영규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극 중에서 변두리 카페나 밤무대를 전전하는 강진에게 엄기옥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뭘까요.(웃음) 사실 아직 대본이 거기까진 나오지 않았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분과 만나본 적은 없어서. 궁금하기도 해요. 음…존경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내가 갖지 못한 노하우를 발견한다면 빠져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작품 앞두고 이 머리, 저 머리 다양하게 시도해봤어요. 어떤 게 엄기옥의 성격에 맞을까 고민했죠. 그렇게 해서 찾은 머리가 지금의 머리에요. 감독님도 만족스러워하시면서 '나중에 다른 말 할 때까지는 지금 머리 바꾸지 마'라고 하셨어요. 혹 극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면 지금 머리가 촌스러운 만큼 보는 분들이 느끼는 변화도 더 크지 않을까요?"
어느새 엄기옥이란 역할에 한껏 빠져든 듯한 선우선의 모습. 그러나 그 또한 예쁜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여배우이기에 망가지는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극 중에서 그 모습이 더 어울린다고 하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모습도, 연기도 정답은 없지만 역할에 가장 어울리면 그 모습으로 연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배우 선우선.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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