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 부족하다. 여전히 고민스럽다.
울산 모비스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로드 벤슨 영입. 정규시즌이 아니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겨냥한 트레이드. 6경기를 치렀다. 4승 2패를 거두며 무난한 행보를 하고 있다. 골밑이 한결 든든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2% 부족하다. 선두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서 만날 가능성도 있는 상승세의 고양 오리온스에 패배한 건 찝찝하다.
모비스의 정규시즌 역전 우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5라운드 중반. 선두 SK에 5.5경기 뒤졌다. 또 실질적으로 무리해서 정규시즌 우승에 올인할 이유는 없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만 하면 최후의 승부인 챔피언결정전 우승 확률은 높아진다. 3위 전자랜드에도 어차피 3.5경기 앞서있다. 때문에 모비스는 잔여 정규시즌서 벤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최대 과제다. 여러 전술을 실험해볼 여력은 충분하다.
▲ 유재학 감독이 기대하는 벤슨 효과
모비스는 벤슨 영입 후 8일 SK에 또 다시 패배했다. 벤슨 효과가 에런 헤인즈의 득점 본능에 묻혔다. 이날 유재학 감독은 벤슨을 4쿼터에 계속 출전시켰다. 14일 오리온스전서도 벤슨은 4쿼터 승부처에 코트를 지키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행보다. 단순히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체력 세이브와 제공권 강화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
유 감독이 벤슨의 영입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있는 외곽포 시도, 함지훈과의 하이-로 게임에서 파생되는 전술이다. 외곽포가 터져줘야 최종 목표인 SK 타파가 수월해진다. SK 특유의 3-2 드롭존도 완벽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 함지훈과 벤슨의 하이-로 게임이 제대로 될 경우 무수한 공격옵션이 창출된다.
▲ 공간의 창출과 활용
유재학 감독은 일전에도 “자꾸 태영이에게 외곽에 나와서 슛을 던지라고 한다. 2점을 던져도 3점 라인 근처에서 던져야 한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인사이드 공격을 즐기는 선수가 많다. 라틀리프, 함지훈, 문태영. 모두 공격반경은 겹친다. 양동근도 3점포보단 중거리슛을 선호한다. 때문에 이들의 동선이 겹치면서 공격 흐름이 둔해지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명의 골밑 요원인 벤슨이 가세했다. 리바운드 능력에 골밑 공격력마저 갖춘 벤슨의 활용을 예전 커티스 위더스 수준으로 할 것이었다면 애당초 영입을 하지 않았을 터. 이제 모비스에 공간 넓히기는 과제가 됐다. 외곽에서 3점포를 던져야 상대 수비가 퍼진다. 또 벤슨의 리바운드 능력이 좋기 때문에 외곽 슈터들의 심리적 안정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박종천, 천대현 등의 3점포. 아직 벤슨 이적 후 이들의 3점포가 승부처에서 폭발력있게 터지진 않았다.
▲ 함지훈과 벤슨의 하이-로 게임
또 하나. 함지훈의 또 다른 적응력이다. 함지훈은 올 시즌 적응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엔 수비자 3초룰 폐지의 피해자가 되며 고전했다. 패스능력 극대화로 이겨냈다. 두번째는 라틀리프의 단순한 공격 옵션으로 인한 상대팀의 국내 선수 매치업. 함지훈은 자연히 상대 외국인 센터와 매치업 돼 위축이 됐다. 하지만, 최근 거의 극복했다. 적극적으로 중거리슛을 던지고, 상대도 40분 내내 그렇게 변칙 전술을 시도하긴 어렵다.
벤슨의 영입은 함지훈에게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벤슨은 공격력을 갖췄다. 동부 시절부터 인정을 받았다. 상대는 외국인 센터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 함지훈은 국내 선수엔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나 여전히 힘 있는 수비수에겐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SK의 힘 있는 박상오, 최부경과 오리온스 김동욱이 대표적. 함지훈은 14일 오리온스전서도 김동욱에게 꽁꽁 묶여 슛 시도도, 패스도 편하게 하지 못했다. 결국 패배의 원인 중 한가지로 작용했다.
문제는 함지훈이 힘 있는 수비수에게 막힐 경우 벤슨 효과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벤슨에게 넣어주는 패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이-로 게임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이포스트와 로포스트에서 빠르게 패스가 오가야 외곽 찬스도 엿볼 수 있다. 사실 함지훈은 라틀리프와는 하이-로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라틀리프의 패싱센스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벤슨은 이미 동부에서 김주성, 윤호영과 숱하게 하이-로 게임을 해왔다. 익숙하다.
모비스가 포스트시즌서 극복해야 할 SK는 헤인즈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다. 모비스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양동근과 외국인선수들의 2대2 플레이, 문태영의 단발공격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격 옵션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그 속엔 함지훈의 패스에서 파생되는 벤슨과의 하이-로 게임, 벤슨의 리바운드 능력에 따른 외곽슛의 안정감을 극대화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여전히 희망적이다. 잔여 13경기라면 해법을 찾기에 충분하다.
[로드 벤슨(위), 함지훈(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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