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일본, 효자종목 레슬링의 탈락위기에 패인 분석 나서
레슬링이 일본의 '국기'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지난 12일,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2020년 하계 올림픽 25개 핵심 종목에서 레슬링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본인은 물론이고, 일본 언론의 반응이 격렬하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탈락했을 때 예상되는 한국인 반응과 비견될 정도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레슬링이 일본의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이 따낸 금메달 7개 중 4개가 레슬링에서 따낸 메달이었다.
또한, 올림픽 3연패에 빛나는 요시다 사오리 선수와 하마구치 부녀 등 일본의 유명 레슬링 선수들은 TV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레슬링이 비인기 종목인 것은 자명하지만, 이처럼 대중들이 레슬링에 호감과 애정을 지닐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다.
레슬링에 대한 이번 소식을 접한 일반 일본인들은 대체로 무척 안타깝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본이 메달을 따면 꼭 제재를 가한다"
"항상 일본을 불리하게 만드려는 느낌이다"
일본인들이 이 같이 느끼는 이유는 전례가 있기 때문.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100m 배영에서 일본의 스즈키 다이치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당시 그는 출발 후 무려 40여m를 잠영으로 전진했고, 그의 금메달 이후 잠영 15m 제한 룰이 생겼다.
또한, 일본이 강세를 띠는 여자 레슬링의 경우, 올림픽에서 4계급으로 제한(남자 레슬링은 7계급)됐고, 스키점프에서 일본인 선수들이 자주 구사하던 V자 점프는 한때 이 종목의 큰 감점 요소가 됐다.
일본을 타깃으로 한 처사는 아니지만, 몇 차례의 일을 겪고 나서 일본이 유리하거나 메달을 따내는 종목에서는 일본에 불리한 일이 꼭 생긴다는 피해의식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이 같은 의식 때문에 레슬링의 25개 핵심종목 탈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반 일본인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각 일간지, 스포츠지, TV할 것 없이 매일 레슬링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레슬링이 탈락한 경위, 그 이유를 하나하나 분석에 나섰다.
일본 언론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퇴출 1순위'로 지목되던 태권도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레슬링이 살아남았는지였다.
한국 언론에서 '스포츠 외교의 승리'라고 자축하듯이, 일본 언론 또한 태권도가 살아남은 가장 큰 이유를 '로비'로 들었다.
지난 13일, 일본 레슬링 협회 후쿠다 도미아키는 레슬링이 올림픽 25개 핵심종목에서 제외된 데 대해 "근대 5종, 태권도의 로비 활동이 패인"이라고 언급하고, "앞으로 레슬링도 IOC위원, 이사에 제대로 로비 활동해야한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레슬링과 싸우게 될 다른 7경기는 이미 로비활동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일본 언론은 그의 기자회견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고, 레슬링의 가장 큰 패인 중 하나를 '로비 활동의 유무'로 들었다.
일본언론은, 가장 유력한 탈락후보였던 근대 5종과 태권도의 존속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로비활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사마란치 전 IOC회장 아들이 IOC이사로서 근대5종의 존속을 호소했고, 태권도의 경우, IOC이사를 보유한데다 지난 1일에는 한국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을 시찰 온 자크 로게 IOC위원장에 태권도 존손의 필요성을 어필했다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의 경우는 재벌 삼성의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IOC의 스폰서 기업으로, 태권도 실업팀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연맹의 스폰서가 된 적도 있는 삼성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레슬링은 존속을 외칠 IOC이사도 없고, 로비 활동도 전무해 승리할 요인이 없었다고 일본 언론은 평가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의 '돈'이 움직였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가십성 기사를 주로 다루는 도쿄 스포츠는 "태권도의 역전극에는 '한국의 돈이 움직인 것은 아니냐'는 말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해 마치 한국이 IOC위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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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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