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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신세계'에서 최민식은 어깨에 힘을 빼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스크린을 장악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덕분에 후배 이정재와 황정민이 더욱 돋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최민식이 이들을 위한 배려로 스스로의 발톱을 감춘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최민식이 '신세계'에서 맡은 강과장은 마치 '트루먼쇼'의 크리스토프처럼 세상 전체를 자신이 주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세상을 향해 읊조린다. '나는 꼭대기에서 너희 모두를 내려보고 있다'라고. 그러니 힘을 빼고 한 발 뒤로 선 모습은 후배를 위한 그의 배려라기보다 강과장에게 가장 적확한 연기였던 것이다.
"강과장이 나서면 안되는 영화다. '신세계'는 자성(이정재)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는 드라마이니 말이다. 강과장은 자성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원인 제공을 하는 인물이고 또 정청(황정민)과 자성의 갈등라인을 다 흡수하는 캐릭터다. 또 강과장은 목표에 중독된 인간이다. 자기 부하 둘이 비참하게 죽어나갔는데도 거기에 크게 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목표달성에 장애가 생겼다는 이유로 테이블을 신경질적으로 치는 그런 인간이다. 그런 강과장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움직임들은 최소화돼야 했다. 딱 할 말만 하자가 돼야했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감독으로부터 '신세계' 시나리오를 받고, 이정재 캐스팅을 직접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이를 시작 단계에 선 후배 감독을 위한 그의 수고라는 말에는 두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그는 연기 잘 하는 후배들과의 이번 작업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고도 했다.
"우리(최민식과 황정민)는 좌청룡 우백호, 정재는 센터. 탁구를 쳐도 스매싱을 하면 잘 받아줘야 신이 난다. 공 주으러 다니는 시간이 줄고 오래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연기도 마찬가지다.서로 대사를 듣고 잘 받고 그걸 말아서 다시 던져주고 그러다보면 아 정말 재미있다."
특히 이정재에 대한 칭찬을 이어나가면서 최민식은 "후배 정재가 이번에 가운데서 나이가 든 남자의 멋스러움과 중후한 내면을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빙긋 웃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한국영화 풍년으로 옮겨진다. "우리 영화들이 흥행이 잘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럴 때 잘 해야한다. 천만 들었다고 날 뛸 것이 아니다. 이럴 수록 관객을 놓치지 않도록 보다 풍요로운 서비스를 보여줘야한다. 작품도 다양해져야하며, 배우들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관객들은 변한 최민식, 변한 황정민, 변한 이정재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최민식. 사진=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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