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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감독은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KB 서동철 신임감독. 포스트시즌을 눈 앞에 뒨 KB의 큰 변화였다. 전임 정덕화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 구병두 감독대행 체제로 정규시즌 막바지를 소화하던 KB는 새 감독 선임에 들어갔고, 오리온스 서동철 수석코치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서 감독이 결코 쉽게 감독을 수락한 건 아니었다.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시즌 중 남자팀 코치가 여자팀 감독으로 옮기는 케이스. 결코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 준비된 감독 서동철, 몇 번이나 감독 제의 고사했다
서동철 감독은 21일 우리은행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남자팀에 몸 담으면서 몇 차례 여자 팀 감독 오퍼를 받았었다”라고 털어놨다. 그 중 한 팀이 KB였다. “이전에도 몇번이나 전화 상으로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정중하게 거절했다”라며 “그땐 자신이 없었다. 감독은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서 감독은 “남자팀은 되고 여자팀은 안 되고 이런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했다”라며 “그동안 좋은 감독(오리온스 추일승 감독) 밑에서 감독 수업을 받았다. 이번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KB의 감독 제의를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서 감독이 결심을 내리고 오리온스 구단과 추일승 감독에게 의사를 타진하자 오리온스 구단과 추 감독은 흔쾌히 서 감독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한다. 오리온스 김백호 사무국장도 “감독이 되는 건데 당연히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서 감독은 “내 입장을 이해해준 오리온스 구단과 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서 감독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시즌 중에 팀을 나온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자칫하면 내가 오리온스의 팀워크를 깰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원래 KB도 올 시즌 이후 부임하는 걸로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구단과 말이 오가면서 곧바로 데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했다. KB 이헌 단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기왕 포스트시즌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당장 서 감독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모든 일들은 서 감독의 KB 감독 부임이 결정되기 1주일 전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10년 전 기억난다, 감이 돌아오고 있다
서 감독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에서 정태균 감독을 보좌해 코치를 맡았었다. 여자 팀이 처음이 아니다. 이후 남자농구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스에서 코치를 해왔다. 국내 프로 코치들 중에선 잔뼈가 굵은, 사실상 준비된 감독이었다. 서 감독은 “여자 팀 감독들도 남자 경기를 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남자 팀도 마찬가지다. 여자 경기를 보기 힘들다. 솔직히 최근 몇 차례 여자농구를 봤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훈련을 몇 차례 해보니까 10년 전 기억이 난다. 감이 돌아오고 있다”라고 웃었다.
서 감독은 의욕이 충만했다. 마침 데뷔전이 우리은행과의 홈 경기. 우리은행은 이날 승리할 경우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다. 서 감독은 경기 전 “정규시즌 2경기는 예행 연습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실전처럼 해야 선수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 솔직히 데뷔전을 이기고 싶다. 우리 홈에서 우리은행의 우승 축포를 터뜨리게 할 순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감독은 감독 데뷔와 동시에 “큰 선물을 받았다”라고 했다. 사실 선물이라기보단 악재다. 정선화가 서 감독이 첫 감독을 지휘한 훈련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것. 서 감독은 “훈련 시작 10분 됐나. 잘 뛰다 리바운드를 잡았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하더라. 심하게 다친 것 같다”라고 했다. 정선화는 사실상 내달 2일부터 시작되는 삼성생명과의 준플레이오프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3주 진단이 나왔는데, 재활 기간까지 합치면 당분간 출장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서 감독은 결국 데뷔전서 패배했다. 우리은행의 우승 축포를 지켜보는 씁쓸함을 맛봤다. 서 감독은 위성우 감독을 축하하면서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감독 서동철의 여자농구 적응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동철 감독(위), KB선수들(아래). 사진 = KB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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