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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위성우 감독은 또 자신을 낮췄다.
춘천 우리은행이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21일 청주 KB와의 원정경기서 승리하며 통산 6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은 지난 여름 비시즌부터 혹독한 훈련을 진행했고, 그 결실을 맺었다. 위 감독은 만년 최하위 우리은행을 단 한 시즌만에 정상으로 이끄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것도 감독 데뷔 첫해에 대형사고를 쳤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위 감독은 그럼에도 자신을 낮췄다. 자신의 리더십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직 명장도 아니고 자신의 철학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늘 경기만 생각한다”는 지론의 위 감독은 아직 챔피언결정전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4연패를 당하는 등 급격한 경기력 하락에 남몰래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날 정규시즌 우승 확정은그 괴로움을 잠시 떨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위 감독은 우승 확정 이후에도 크게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위 감독은 “너무너무 좋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잘 뛰어줬다.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선수들이 우승 경험이 별로 없다. 우승의 맛을 몰라서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라고 웃었다. 이어 “코치 때와 감독 때 우승을 해보니 감흥이 다르다. 감독은 모든 걸 다 봐야 하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위 감독은 “임영희가 팀의 중심이었다. 나이가 가장 많고 항상 열심히 하고 무릎이 안 좋은데도 그런 모습을 안 보여주려고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다른 선수들도 성장했다는 생각을 한다. 시즌 중에도 전 선수들이 열심히 했고, 힘들었다”라고 한 뒤 “신한은행이 1경기 차로 따라왔을 때도 우리가 1등이라는 걸 강조했다. 위기에서 선수들이 부담없이 잘 넘겨줬다”라며 시즌 막판 마인드 컨트롤을 했음을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겨도 스트레스였고, 져도 스트레스였다. 시즌 중반을 넘으면서 1위를 할 수 있을까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1등팀에 있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아니다.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기간이 6~7라운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였다. 힘들었다. 올 시즌에 처음으로 감독을 맡으면서 이렇게 될지 몰랐다. 큰 공부를 했다.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했다”라며 시즌 막판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우승 일등공신 티나 톰슨도 거론했다. “일류 선수다. 나도 아직 그 선수를 모른다. 오늘도 전반 초반 본인이 의도적으로 3점슛을 던지면서 슛 밸런스를 잡더라”며 웃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서도 티나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험이 많다. 지금 우리은행 국내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라며 “챔프전서는 김은경, 김은혜와 같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두고서 “KB, 삼성, 신한 다 팀 색깔이 다르다. 예측을 할 수 없다. 윤곽이 드러나면 맞춰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고, 신한은행의 독주 저지를 두고서도 “큰 의미는 없다. 내가 작년에 신한에서 나와서 꼭 신한을 이겨야 된다. 뭐 이런 마음은 없었다. 여자농구 자체가 재미있고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더 열심히 해서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했다. 우리가 그 선봉장이 된 건 뿌듯하다”라고 했다.
끝으로 “전주원 코치와는 선수로 6년, 코치로 2년 같이 생활했다.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전 코치도 내 성격과 생각을 잘 안다. 박 코치는 같이 한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많은 얘기를 해주고 잘 해줬다. 내가 뭐라 말 안 해도 전 코치가 잘 알고 박 코치가 옆에서 팀을 위해서 노력해준 걸 안다. 선수, 코치에게 감사하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위성우 감독은 끝까지 자신을 낮췄다. 감독 첫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사고를 쳤지만, 더 큰 챔피언결정전을 위해 말을 아꼈다. 아직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위 감독의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되는 이유다.
[헹가래를 받는 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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