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감독님이 원망스러웠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우승 스토리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정말 힘든 우승이었고, 한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지난 네 시즌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던 팀. 초보 감독과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모여 만든 우승. 굳이 원인을 찾으라면 지난 여름 위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빼놓을 수 없다.
임영희는 “보통 오전, 오후에 한번씩 하는 훈련을 ‘한탕’이라고 한다. 감독님은 한탕의 강도가 다른 팀의 30배라고 보면 된다. 쓰러지고 다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잘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될 때까지 시키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잘 못하면 감독님이 싫어하는 거 아니까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임영희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느껴보지 않으면 강훈련 얘기를 해도 모른다. 선수들 얼굴을 보면서 ‘내일 운동 어떻게 하지?’ 오전엔 ‘오후 운동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했다. 운동하는 게 무섭진 않았는데 힘드니까 어떻게 하지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선수들이 조금 아프다고 쉬게 해주시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디 부러지지 않는다면 쉬면 안 된다. 무섭다”라고 했다.
물론 감사함도 표현했다. “감독님이 신한 코치 때 신한 선수들이 한 운동보다 저희한테 더 많이 시켰다고 했다. 감독님도 힘든 훈련을 참고 해준 걸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라며 “사실 요즘엔 게임이 끝나도 힘든 게임을 해서 고맙다고 표현해주셨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건 감독님의 지도력이 빛난 결과다”라고 웃었다. 앞으로 타협을 시도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게 해주실 분이 아니다”라며 기자들을 웃겼다.
박혜진도 “우승한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경기가 이겨서 기분이 좋다. 훈련으로 몸이 다져진 것 같다. 감독님 스타일에 따라가다 보니까 울컥 할 때가 많았다. 너무하단 생각이 들어서 원망도 많이 했다”라고 웃었다. 이어 “물론 증오까진 아니다. 우리 감독님 참 좋은 분이다”라고 했다. 이승아도 “감독님 헹가래를 치니까 우승했구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독님이 연습 중반까진 잘 화를 안 내시는 편인데 연습 막판에 집중을 안 하면 화를 많이 내셨다”라며 조용히 폭로를 해 또 한번 기자들을 웃겼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티나 톰슨도 마찬가지였다. “코치들이 흥분하지 않고 침착해진 것 같다”라고 웃겼다. 위 감독 특유의 흥분과 독려를 뜻했다. 이어 “WKBL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나이도 많고 최근엔 발목도 다쳤는데 꼬박꼬박 40분을 뛰어왔다. 38살이란 나이라 3개월간 있으면서 힘들었다”라고 했고 “감독에게 ‘침착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며 기자들을 또 한번 웃겼다.
티나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발목을 다쳤다. 코치들도 부담감이 있는 것 같더라. 선수들에게도 이어졌다. 그 동안 농구를 계속해왔는데, 그런 걸 생각하게 되면 원래 하던 농구를 못한다. 그 전엔 생각 없이 자유롭게 우리 스타일대로 했는데 시즌 막판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부진했다”라고 시즌 막판 부진한 행보를 뒤돌아 본 뒤 “지난 30년동안 농구를 했다. 열심히 뛰면 결과는 따라온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 처음에 나를 안 뽑은 사람들은 잘 못한 것이다”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지난 여름 강훈련을 잊지 못했다. 위 감독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물론 경기장, 훈련장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시즌 막판 부진에도 “괜찮다”라는 말을 하기에도 조심스러워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고, 선수들도 위 감독의 강훈련을 잘 따라갔다. 위 감독의 마음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선수들과 감독의 마음이 잘 맞기에 우리은행이 정규시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이 기세로 챔피언결정전 접수까지 노린다. 그렇게만 되면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통합우승이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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