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철학 한 가지는 갖고 있어야죠.”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지략가로 유명하다. 동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추 감독은 ‘위닝 디펜스’와 ‘맨투맨 디펜스’를 번역해 출간하는 등 해박한 농구지식을 갖춘 지도자다. 상무와 KTF를 거치며 어느덧 감독 경험도 상당히 쌓았다. 23일 부산 KT전 승리로 통산 189승 233패. 전력이 썩 좋지 않은 팀을 지휘해왔던 터라 승률은 5할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공은 상당하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평가다.
▲ 언제나 노력하는 감독, 추일승
오리온스를 취재하기 위해 경기 전 라커룸을 방문하면 항상 화이트보드가 더럽다. 숱한 농구용어들과 패턴으로 가득한데, 기자들이 방문하기 직전까지 전술, 전략 토론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오리온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젠 청주 KB 감독으로 떠난 서동철 수석코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항상 연구하는 자세가 돋보였다고 한다.
추 감독이 오리온스에 부임한 뒤 성적이 썩 좋지는 않다. 특히 올 시즌엔 전태풍을 영입해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선수들의 줄부상과 얕은 백업층, 일부 선수들의 다소 약한 수비력 등이 어울려 5위를 달리고 있어도 5할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과는 별개로 추 감독의 지도력이 없었다면, 결코 5위도 쉽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추 감독에게 최근 변화가 생겼다. 2011년 봄 부임 후 2년 가까이 자신을 보좌했던 서동철 수석코치가 최근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감독으로 떠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추 감독이 서 감독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시즌 중 여자팀의 오퍼가 사실은 추 감독에겐 결례가 될 수 있었으나 KB와 서 감독이 양해를 구했고, 추 감독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여기엔 추 감독의 속 깊은 뜻이 있었다.
▲ 초보 지도자들이여, 철학을 가져라
추 감독은 “서동철 감독이 1달 전부터 오퍼를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고심 끝에 보내준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히진 않았으나 “초보 지도자라도 최소한 한 가지의 철학은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돌려 말하자면, 서 감독이 그 정도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꺼이 보내줄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 감독은 1995년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상무, 서울 삼성을 거쳐 오리온스까지 코치로는 가장 잔뼈가 굵은, 준비된 감독이었다.
추 감독은 초보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팀을 맡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다”라면서도 “선수 생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이 생기지 않나. 지도 철학이 최소한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인드는 그동안의 경험, 자신이 몸 담았던 팀의 환경과 감독의 스타일 등에서 결정된다. 고참 선수들은 그런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곧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나의 확고한 철학을 갖기 위해서 엄청난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의 노력은 필수다. 추 감독 역시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그런 말들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추 감독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시즌 중 자신의 손과 발인 수석코치를 내보내는 대신 초보 지도자인 김병철 코치를 수석코치에 앉혔다. 어떻게 보면 굉장한 모험이다. 그러나 김 코치 역시 유소년 팀에서 감독을 맡으며 나름대로의 철학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추 감독은 자신의 노력, 발전과 함께 후배 지도자들의 발전에도 힘을 쓸 줄 아는 넉넉한 지도자다. 새롭게 팀을 맡는 농구 지도자들은 추 감독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추일승 감독(위), 추일승 감독과 KB 서동철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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