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투구수 의식은 사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각국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상태에서 진행된다. WBC 조직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투수들의 투구수 제한 규정을 뒀다. 50개 이상 투구시 4일, 30개 이상 투구시 1일, 이틀 연투시 1일 휴식을 취해야 한다. 1라운드엔 투수 1명당 65개의 투구수를 넘길 수 없다. 감독들에겐 마운드 운용에 머리가 아픈 일이지만 투수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다. 류중일 감독 역시 이를 감안해 2일 네덜란드전을 치렀다. 선발로 등판해 58개의 공을 던진 윤석민은 더 이상 1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나머지 투수들은 전원 4일 호주전, 5일 대만전 출격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전서 한국 투수들의 투구수를 살펴보자. 윤석민 이후 노경은이 28개, 손승락이 12개, 차우찬이 5개, 정대현이 10개, 서재응이 13개, 오승환이 12개의 공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30개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휴식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대표팀은 이날 호주전 선발 송승준 이후 윤석민을 제외한 전원 불펜 대기한다.
한국 투수들은 이날 호주전서 투구수 30개만 넘기지 않는다면 5일 대만전도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류 감독은 구원투수들에게 30개 넘는 투구를 지시하지 않으면서 대만전 등판 가능성을 대비하게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한국은 이날 호주에 패배하면 자동으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다. 총력전을 펼치다 투구수 30개를 넘기더라도 할 수 없다. 일단 호주를 이기고 보는 게 우선이다.
4일 현재 B조 순위를 살펴보자. 대만이 2승, 네덜란드가 1승 1패, 호주와 한국이 1패다. 이날 한국이 호주에 패배하면 호주도 1승 1패, 한국은 2패가 된다. 이럴 경우 한국이 5일 대만을 잡아서 1승 2패가 되고 호주와 네덜란드의 맞대결서 한 팀이 패배해 1승 2패가 되더라도 한국은 1라운드서 탈락한다. 이미 호주, 네덜란드에 모두 패배했기 때문에 승자승 원칙에서 무조건 밀리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이날 호주에 패배하면 대만전이 의미가 없다. 호주를 이겨야 대만전을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대만전을 의식한 마운드 운용을 하는 건 사치다. 경기 중, 후반 승부처엔 컨디션이 좋은 구원투수를 투구수 의식을 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것도 전략이다. 투구수 50개를 넘기더라도 그렇게 해서 호주를 잡는다면 대만전서는 그 투수와 윤석민, 송승준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만으로도 총력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3일 대표팀 훈련에 앞서 “윤석민을 제외하곤 전원 불펜대기”라고 했고, 송승준도 “첫 경기부터 선발-불펜 보직 가리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상황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2일 네덜란드전서 1, 2점을 내준 노경은과 손승락을 제외한 차우찬, 정대현, 서재응, 오승환은 무실점하며 괜찮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간단히 몸을 달군 뒤 3일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 조절도 마쳤다.
마운드 총력전의 전제조건은 타선이다. 네덜란드전서 단 1점도 뽑지 못한 타선이 이날 호주전서도 봉쇄될 경우 투수들이 최소실점을 해도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실종된 팀 배팅과 응집력을 되살려야 한다. 물론 마운드 역시 1~2명이 대량 실점할 경우 비상구는 없다. 류중일호가 비장한 각오로 호주전에 나서야 한다. 한국야구에 내일은 없다.
[투수들 미팅.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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