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신(scene) 스틸러를 넘어 심(心) 스틸러가 된 배우 류승룡. 1230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7번방의 선물'이 개봉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기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6위 기록을 수립하고 순항 중이다. 류승룡은 연이어 천만 관객을 넘긴 유일무이한 기록을 갖게 됐다.
사실 '7번방의 선물'이 이렇게까지 크게 성공하리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려한 톱스타들이 포진한 것도, 대규모 물량 공세를 퍼부은 블록버스터도, 화제가 될 만한 자극적인 설정도 없었다. 단지 류승룡,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등 명품 배우들이 출연하는 웃음과 감독이 있는 착한 영화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왕을 만들었던 남자 류승룡(광해, 왕이 된 남자), 그전에는 뭇 여성들을 울렸던 류승룡(내 여자의 모든 것)이 있었다. 그런 류승룡이 이번 영화에서는 동심을 간직한 머리 큰 딸 바보 아빠로 나와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흥행신화의 일등 공신이 됐다. '7번방의 선물'은 '7번방의 기적'이란 별명이 붙으며 기적에 가까운 흥행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1970년생, 올해 마흔 넷이 된 류승룡은 서울예대 연극과 90학번이다. 선배로는 장진과 장항준 감독, 동기로는 신동엽, 안재욱, 황정민, 정재영 등이 있다. 선배, 동기, 후배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 1998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1기 멤버로 데뷔하여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이후 2004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남자'의 단역으로 미약(?)하게 데뷔했지만 10여 년간 다양한 역할을 거치며 한국 영화계 대세로 창대해졌다.
류승룡은 가장 큰 장점은 연기 변신에 거침없다는 것이다. 도전하는 캐릭터마다 자치 다른 사람에 빙의 된 것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데뷔 후 몇 년간은 다소 강한 인상 때문에 악역을 많이 맡으며 한때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뭘 맡겨도 어떤 역할을 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신뢰감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7번방의 선물' 속 용구는 시도를 넘어선 도전에 가까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바로 전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충직하고 영민한 허균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용구는 절대 미화될 수 없는 캐릭터로 과하게 표현하면서 희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러기에 류승룡은 지정 장애인에 대한 과장된 표현방식을 탈피하고 싶었기에, 아이처럼 해맑은 눈빛과 표정을 물론 말을 반복하거나 도치하는 특징을 잘 잡아냈다.
과유불급을 염두에 두고 오버하지 않지만 실감 나게 표현하여 7번방의 수감자들과 함께 관객들도 제대로 힐링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딸 예승 밖에 모르는 '딸 바보'지만, 류승룡은 실제 아들 둘을 둔 '아들 바보'이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은 성실한 가장으로 아들들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상한 아빠이다. 외모상 거칠고 화끈한 상남자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성격은 섬세하고 꼼꼼하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는 물론이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들의 이름과 나이를 모두 기억할 정도로 세심하다. 본교 연기예술학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학생들의 이름과 장단점을 모두 기억하며 자상하게 때론 엄격하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배역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본이 너널너덜해질 정도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메모하여 완벽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만주군 수장으로 나왔던 '최종병기 활'을 촬영할 당시 완벽한 고증을 위해 직접 변발을 했는데 당시 아들이 아빠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도 일산의 빵공장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과 동고동락하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촬영장에서도 주연 배우 의자가 아니라 초라한 낚시 의자에 쪼그려 앉아 촬영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숨은 노력이 지금 한국 영화계를 평정한 류승룡을 만든 것이다. 킹 메이커가 아닌 킹이 된 남자 류승룡. 한국 영화계의 큰 선물이 된 그가 더욱 더 큰 사랑을 받길 기대해본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스틸컷.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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