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에는 미친존재감을 선보이는 연변 거지들이 있다.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영화 중반부부터 간간히 등장하기 시작, 고작 대여섯번의 신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자신을 기억시킨다.
이렇게 된 데는 연변 거지들이 선보이는 코믹연기의 힘이 컸다. 물론 본인들 스스로는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은채 최대한 진지하고 열심히 연기했을 테니 코믹연기라고 하기엔 조금 미안하지만, 그들이 등장할 때면 관객들이 빵빵 터지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신세계'에서 코믹한 부분들을 도맡은 연변거지들은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에서 잠시 쉬어갈 틈을 주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한국에 입국하는 첫 등장부터 촌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모으고, 킬러임에도 어리숙하다 못해 순박하기까지 한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연변 거지들의 우두머리 역을 맡았던 김병옥은 "어설픈 게 아니라 이쪽 사회와 적응이 안 된 것이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며 "느와르식이라면 우리가 처음 등장할 때 슬로우 모션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아쉽다. 관객의 기대감 이상으로 좀 나와줬으면 좋았을 건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넉살을 부릴 때도 베테랑 연기자 다운 여유를 선보이는 김병옥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에게 두부를 건네던 전도사,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경호실장 역 등으로 자신만의 독보적 존재감을 발산했던 대표적 명품 조연이다.
이어 가장 키가 컸던 연변거지 박인수는 "일이라기 보다는 관광 온 느낌이다. 자기 딴에는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온 것"이라고 덧붙이며 김병옥의 말에 맞장구쳤다.
실제 김병옥은 자신들은 코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얼굴만 내비쳐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인물의 말이기에 의외성을 안기기도 하지만 실제 연변 거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진지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이다. 이런 연변 거지들이 선보이는 의외의 웃음 포인트는 영화 속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등이 그리는 묵직한 세계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김병옥은 "우리가 일부러 코미디를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자체가 어설프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였다.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며 "관객이 숨을 쉴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잠깐 나와도 기억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작년 내내 수염, 손톱 등을 길렀다. 애 많이 썼다. '신세계'를 위해 몇 달 동안 거지 생활을 했다"고 설명해 웃음을 안겼다 .
순박한 웃음올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다가도 타킷을 향해 거침없이 총을 발사하던 연변거지 우정국은 "한여름에 겨울 옷도 입었다. 택시신을 찍을 때는 옷의 내피를 가위로 잘라달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하며 유난히 더웠던 촬영장에서 거지 생활을 했던 고충을 전했다.
세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만나 좋은 영화를 탄생시킨 것을 큰 보람으로 꼽았다.
김병옥은 "연변거지 후배들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때 함께 작업했던 최민식과 다시 만나 기뻤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해 행복했다. 그렇게 행복하게 찍은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인수는 "대선배들 특히 우리를 아우르는 김병옥 선배와 작업해서 좋았다. 정말 연변거지의 힘은 수장이 우리를 잘 아울렀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병옥 선배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정국은 "(보통 영화 촬영은 개인적 작업이 많은데 반해) 이번에는 팀으로 모였다. 김병옥 선배님이 촬영 외에도 우리를 따로 모이게 해줬는데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술도 마시고 이런 작업들이 좋았다. 현장에서도 이 사람들이 프로라는 것도 잘 느꼈고, 프로인 만큼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영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변거지 역의 우정국, 김병옥, 박인수(위 왼쪽부터) .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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