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결국 짐을 쌌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경기장에서 열린 2013 WBC 1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해 2승 1패가 됐지만, TBQ에서 조 3위로 밀려 탈락했다. WBC에 참가한 이래 첫 1라운드 탈락이었다.
1패 뒤 2승을 거뒀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대만전도 중후반까지 끌려간 끝에 강정호의 역전 투런홈런으로 얻어낸 어려운 승리였고, 네덜란드전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몇 안 되는 졸전 가운데 하나였다. 경기 시간도 일정하게 저녁시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컨디션 조절 실패를 변명으로 내밀 수도 없었다.
결국 이번 대회 1라운드 탈락의 원인은 대표팀의 기량이 100%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과 상대의 수준이 높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대만의 투수와 타자들이 보여준 기량은 한국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축구에 비해 세계화가 한참이나 늦은 야구는, WBC 1회 대회가 열린 2006년 이후 급속도로 세계화가 진행 중이다. 세계화는 야구가 널리 보급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 열매는 각국 대표팀 기량의 전력 평준화로 나타난다. 세계화의 시작은 늦었지만, 야구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빨라 이번 WBC에서 야구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브라질은 일본과 쿠바를 상대로도 만만찮은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2승 1패를 거두고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팀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두 번의 WBC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눈부신 성과들로 인해 지금의 작은 몰락이 지나치게 커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는 결국 한일전 없이 끝났다. 올림픽에서 감동의 승부를 펼쳤던 파트너 쿠바와의 재회도 없고, 미국과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라인업을 가진 팀과 상대할 기회도 사라졌다. 하지만 네덜란드라는 팀을 통해 우리는 세계야구의 떠오르는 신흥 세력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이미 2009 WBC에서 도미니카를 꺾은 경험이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춘 팀이다.
2006년에 열린 1회 대회에서 우리는 세계의 높은 벽을 깼다. 3년 뒤에는 어느새 우리가 세계의 야구 강국들에게도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세계야구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WBC 우승에 도전하는 '도전자'가 아니라 이미 올림픽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챔피언'의 입장에서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야구에게는 아픔이지만, 세계야구에게는 한국의 몰락이 세계화 진행의 증거다. 4년 뒤에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 거품이 있었다면 걷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명예회복을 위한 와신상담의 과정은 필수다.
[대만전 승리에도 굳은 표정의 대표팀.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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