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감성의 결을 세심하게 어루만진 여러 편의 멜로영화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재용 감독을 실제로 만나보면 '정사'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보다는 그의 최근작 '여배우들'과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이하 뒷담화)에 더 가까운 그런 느낌이다.
두 편의 독특한 최근 행보만 보면 이재용 감독은 충무로의 사랑을 받는 재기발랄한 장난꾸러기 같다. 두 영화 모두 배우들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작품들이며, 감독 본인 역시도 용감하지 않다면 시도할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니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몸소 원격연출을 경험한 그가 이러한 방식이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느냐의 여부였다. 영화 속에서는 원격연출로 현장에 없는 감독이 곤혹스러워하는 장면도 몇 나오기에 사실 그가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긍정의 답을 들려줬다.
"콘티가 완벽하고 모든 촬영조건이 갖춰지기만 한다면 달라질 것이 없다. 모니터를 통해 약간의 막이 있다 뿐이지, 프로페셔널끼리 일을 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연극은 배우를 위한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을 위한 예술이라고 하는 만큼 감독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영화도 커다른 범주의 예술로 친다면 감독이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룰은 또 없다. 현대 예술로 보면 작가가 꼼꼼히 앉아 그림을 세밀하게 그리는 것만이 그의 역할이 아니다. 현대예술은 앤디 워홀처럼 콘셉트가 중요하고 지휘만 할 뿐이지 실제로는 공장에서 만들어내지 않나. 창작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새롭거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감독이 꼭 모든 것을 군림해서 해내야 한다는 것은 근대의 장인정신의 발현일 뿐, 미래에는 '감독이 꼭 그래야만 한다'고 여겼던 것들이 많이 바뀔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속에서 이재용 감독 본인이 배우들로부터 골탕을 먹는 장면은 그렇다면 절대적인 것으로만 여겨졌던 감독의 권한이 점점 축소되어가는 미래의 현장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경험한 여러 한국의 감독들은 감독의 역할이 축소된 현장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은 것, 그리고 한국 역시도 제작사나 투자사 틈바구니 속 감독이 교체되는 등 그의 연출권이 축소된 사례들이 여럿 등장하는 오늘의 현실 등을 본다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이날 이재용 감독은 "시간이 빨리가는 것이 안타깝다. 일년에 영화 한 두편 찍을 수 있는 것이라면 생각한 것을 빨리 만들어낼텐데, 2~3년에 한 편 혹은 3~4년에 한 편 찍으니 하고 싶은 것은 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쌓이고"라며 안타까워했다.
여전히 그의 머릿 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뭉클뭉클 피어오르고 있다.
[이재용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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