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경기를 지휘했다.
6일 고양체육관.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상위권에 올라있는 팀들간의 경기도 아닌데 30명이 넘는 대규모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다. 모처럼 사진기자석도 북적거렸다. 고양 오리온스와 원주 동부의 올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 관전포인트가 풍부한 대결이었을까. 아니었다. 이날 기자들의 초점은 오로지 단 한 사람. 동부 강동희 감독이었다.
강 감독은 지난 4일 밤 농구판을 뒤집어놓았다. 한 매체는 현직 프로농구 K감독이 브로커의 부탁으로 승부를 조작한 뒤 그 대가로 수고비를 받는 혐의를 포착했다는 의정부 지방검찰청의 입장을 보도했다. K 감독은 곧 강 감독으로 밝혀졌고 시기는 2011년 1~3월로 추정되고 있다. 강 감독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강 감독은 5일 팀 훈련을 지휘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이날 오리온스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5일 밤엔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동부는 이날 전까지 19승 29패로 KT와 함께 공동 6위. 한창 순위싸움을 해야 할 시점에 강 감독의 사회적 물의 의혹이 번지자 동부 관계자들과 KBL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고양체육관엔 KBL 홍보팀 직원이 총출동했다. 동부는 KBL, 오리온스와 합의 하에 경기 전 강 감독의 공식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기로 했고, 경기 후 인터뷰도 생략하기로 했다. 지금 강 감독이 어떤 말을 해도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강 감독은 7일 오전 의정부 지검에서 수사를 받는다.
강 감독은 오후 6시 40분경 고양체육관 인터뷰실을 가득 채운 기자들 앞에 등장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모든 의혹을 검찰 조사에서 밝히겠다”라고 말한 뒤 곧장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몇 마디 짧은 말에 그의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 감독의 두툼한 얼굴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강 감독은 평소처럼 광고판 앞에 나와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휘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생기가 넘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두 팔을 정장 바지 주머니에 쏙 넣고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작전타임엔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으나 선수들을 코트에 내보낸 뒤 이따금씩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눈을 질끈 감기도 했고, 한 숨도 자주 내쉬었다.
동부는 이날 오리온스에 패배했다. 가뜩이나 집안문제로 시끄러운 마당에 시즌 마지막 승부처에서 패배를 추가하면서 아픔이 2배가 됐다. 더 중요한 건 만약 강 감독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최종 인정될 경우 감독직 유지에서부터 팀 운영까지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여러모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동부가 제대로 홍역을 겪고 있다.
프로농구 팬들도 이런 농구판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이날 고양체육관엔 고작 1921명만이 관람을 했다. 경기 그 자체가 아닌 한 농구 감독의 사회적 물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현실, 그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팬들. 6일 고양체육관엔 한국농구의 씁쓸한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강 감독은 나름대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 경기를 지휘했다. 그 속엔 수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강동희 감독. 사진 = 고양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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