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그를 쿨하게 놓아줄 때다.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승엽은 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 “이제 국가대표로서는 마지막이다. 이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홀가분하게 뛰었다"고 했다. 한국야구는 이번 WBC에서 이승엽이 필요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으나 역설적으로 이제 그를 놓아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의 나이만 해도 어느새 만 37세다.
▲ 합법적 병역브로커, 그 어마어마한 매력
이승엽이 국민타자라는 별명이 붙은 건 단순히 홈런을 뻥뻥 많이 치는 타자라서가 아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쳐주는 타자가 이승엽이었다. 온 국민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던 매력의 소유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서 마스자카를 상대로 쳐낸 결승 2루타, 2006년 WBC서 쳐낸 역전 우중간 투런포, 2006년 WBC 미국전서 돈트렐 윌리스에게 쳐낸 결승 솔로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8회 역전 투런포, 쿠바와의 결승전 1회 결승 투런포.
그가 왜 합법적 병역 브로커인지 알 수 있는 하이라이트 필름들이었다. 그리고 5년만에 다시 가슴에 품은 태극마크. 2013년 WBC. 대표팀은 사상 첫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맛봤으나 호주전과 대만전서 고비마다 장타와 적시타를 터뜨리며 ‘왜 이승엽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5년만에 돌아온 대표팀이었으나 전혀 이질적인 느낌이 없었다. 중심을 변함없이 잘 잡았다.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양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상기된 표정을 짓거나, 들뜬 젊은 선수들과는 달랐다.
▲ 언제까지 이승엽, 이승엽인가
국가대표팀 타선에 이승엽이 없을 때도 있었다. 2009년 WBC서 이승엽 없이도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국도, 상대팀도 이승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이승엽은 국제대회서조차 부진하다가도 정말 결정적일 땐 무조건 해낸다는 부지불식간의 기대를 품게 만드는 타자였다.
문제는 그런 이승엽에게 한국야구가 너무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이승엽을 위협할 2인자 타자가 안 나오고 있다. 이대호, 김태균, 김현수 등등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타자는 많다. 하지만 그들이 이승엽의 아우라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한국야구는 위기에서 이승엽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여전히 높게 사고 있다. 그래서 이승엽을 놓아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올해 그의 나이가 37세. 2017년 WBC에 참가한다면 만 41세의 베테랑으로 변신한다. 물론 이승엽의 좋은 기량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자는 건 아니다. 40대가 돼서도 몸 상태가 된다면 대표팀서 뛰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이승엽 스스로도 이젠 태극마크를 그만 달고 싶어하고, 그만하면 충분히 봉사했다는 여론이다. 야구계로선 기왕 이승엽을 보내줄거면 쿨하게 보내주면 될 것 같다. 이승엽을 놓아주자는 여론. 이번이 적기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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