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말을 최대한 아꼈다.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둔 6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긴급하게 마련된 기자회견서 검찰에서 모든 말을 하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스포츠토토 사용자와 연결돼 있는 브로커의 부탁으로 승부를 조작한 뒤 그 대가로 수고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국농구는 회생불능의 대위기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현직 감독의 승부조작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전례 없는 일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축구와 배구, 야구를 차례로 강타한 승부조작 의혹은 선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프로농구는 승부조작에선 청정지대로 여겨졌으나 지난 4일 의혹 보도로 비상등이 켜졌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농구 100년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 농구인은 “욕설, 져주기 의혹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 것들은 실체를 밝히지 못했으나 승부조작 의혹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 수 있다”라고 했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 승부조작은 올 시즌 프로농구를 강타했던 심판 욕설논란, 져주기 의혹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또한, 강 감독이 혐의를 의심받고 있는 시기인 2011년 1~3월 후 2년간 아무도 모르고 시간이 흘러왔다는 사실에 농구팬들은 두 번 놀라고 있다.
가뜩이나 올 시즌 프로농구는 욕설, 져주기 논란 등 각종 얼룩으로 가득했다. 여기에 현직 감독의 승부조작이 사실이라면 팬들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전망이다. 6일 고양과 잠실에서 열린 2경기 입장관중은 1921명과 1416명에 불과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팬들이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
강 감독은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 MVP다. ‘코트의 마법사’라는 별명과 함께 한국농구의 아이콘이자 포인트가드 주기설의 중심에 있었던 최고의 가드였다. 프로농구 출범 후 첫 MVP이니 KBL로서도 상징성이 있다.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해온 강동희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 자체만으로 한국농구엔 수모다.
[강동희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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