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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볼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해요.”
손연재에게 “몸은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쭈뼛하더니 “특별히 이상은 없어요”라고 재치있게 넘겼다. 아예 안 아프다고 해석해선 안 될 것 같다. 손연재는 지난 1월만 해도 발가락 부상 등 잔부상 치료에 몰두해왔다. 지난해 올림픽을 치르는 등 강행군을 펼친 훈장이었다. 피로가 쌓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를 마치고 연세대 입학과 함께 짧은 국내 일정을 소화한 손연재. 15일 곧장 인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재출국했다. 이젠 언제 한국에 들어올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쭉 체류하면서 각종 월드컵 시리즈와 8월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하겠다는 심산. 사실 재활 치료를 위해선 국내에 좀 더 머물렀어야 했다. 러시아 현지에선 손연재의 몸을 정밀하게 치료하고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월 출국을 늦춘 것도 이유가 있었다. 국내에서 몸을 돌보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연재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짧은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엘레나 표드로바 코치가 있는 러시아로 날아갔다. 손연재는 갈 길이 멀다. 엘레나 코치는 요즘 더 엄격해졌다고 한다. 한국 체류 기간에도 “몸 관리를 잘 하라”라며 전화로 당부했다. 짧은 기간 동안 치료를 잘 해야 러시아에서 강훈련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손연재는 확실히 각오가 비장해 보였다. 1월 말 출국 당시 만났을 땐 볼에 살이 약간 오동통하게 올라와있었는데 이번엔 다시 살이 쏙 빠졌다. 훈련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 표현력 점수에 가산점이 붙는 리듬체조 채점 방식 변경에 맞춰 볼, 후프, 리본, 곤봉 모두 프로그램을 싹 바꿨기 때문에 보다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치료할 시간도 줄여서 러시아로 곧장 날아간 건 그만큼 훈련이 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손연재는 러시아 그랑프리에서 곤봉 동메달을 땄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수구를 떨어뜨려 감점이 됐던 종목이 바로 곤봉이다. 곤봉 메달을 따면서 전문가들은 손연재가 바뀐 규정에 따라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도 그녀가 훈련욕심을 내는 건 좀 더 완벽하게 세부 기술을 다듬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의 목표도 당당히 세계 정상권이다.
8월 우크라이나 세계선수권이 올 시즌 최대 목표다. 공을 던져 허리를 제친 뒤 뒤로 받는 기술, 곤봉을 발 뒤쪽으로 받아내는 기술. 그녀가 세계선수권에서 성공해야 독창성 기술로 인정 받아 향후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세부적인 연마를 할 가능성이 크다. 카나예바의 은퇴로 춘추전국시대가 된 리듬체조. 손연재가 살아남으려면 독창성 기술 등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좀 더 탄탄하게 세부적인 기술을 다듬는 게 필요하다. 그녀가 출국을 서두른 이유이기도 하다. 손연재는 “전 종목에서 좀 더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작년보다 2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특히 볼에서 기술을 다듬어야 한다. 캠퍼스 생활은 시즌을 마친 뒤 충실히 하겠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손연재는 4월 포르투갈, 이탈리아 월드컵, 5월 두 차례 월드컵 시리즈 참가를 통해 세계선수권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쉴 틈이 없는 손연재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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