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호화라인업, 그것은 신기루였나.
용인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 1차전 20점차 대패.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애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기세에서 앞서고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삼성생명의 우세를 점쳤다. 1차전만 놓고 볼 땐 정반대 결과다. 삼성생명은 42점이란 빈공을 선보였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소 점수 기록이란 불명예를 떠안았다.
삼성생명은 1차전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야투 성공률이 불과 27%에 불과했다. 3쿼터 7점, 4쿼터 9점이었다. 득점도 적었고, 슛 기회를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우리은행의 수비가 워낙 타이트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삼성생명 선수들의 발놀림이 너무 무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놀림이 둔해졌다. KB와의 준플레이오프,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혈투. 3일을 쉬었으나 깔끔하게 피로 회복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이날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다. 챔피언결정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의미로만 해석해선 곤란하다. 삼성생명의 위기엔 그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사실 어느 팀과도 비교했을 때 우세인 부분이 가용인원이다.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김한별, 이선화, 이유진, 박태은, 홍보람, 고아라, 정아름, 엠버 해리스 등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100% 컨디션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체력 저하 현상이 있는데다 부상이 많다.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출전을 강행했던 김한별은 끝내 챔피언결정 1차전에 나오지 못했다. 김계령도 10분 이상 소화하긴 어렵다. 둘 다 무릎이 안 좋다. 박정은과 이미선도 잔부상을 달고 산다. 특히 두 사람의 부상은 차로 치면 그만큼 연식이 오래됐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이들의 몫을 젊은 선수들이 옳게 메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호근 감독은 “홍보람이나 이선화 등의 득점이 터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포스트시즌 내내 미미했다. 특히 우리은행 젊은 선수들과 더더욱 비교됐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기회를 줬으나 여전히 큰 경기서 이호근 감독이 바라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베테랑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들이 부상에 시달리니 경기력 누수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삼성생명 멤버들이 모두 건강한 몸으로 뛸 수 있다면 초호화라인업이 맞다. 우리은행을 위협할 전력으로 손색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수들을 100% 가동하기가 힘들다는 점, 젊은 선수들의 기량 정체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이호근 감독을 답답하게 하는 요소다. 이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2차전도 1차전서 했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 박정은은 대체할 선수가 없다. 계속 투입하겠다”라고 했다. 이 감독의 말 속에도 답답함이 묻어났다.
KB와의 준플레이오프,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서 예상 외의 선전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삼성생명. 맏언니 박정은의 은퇴선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반지를 주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의지도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가로막히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단 하루의 휴식이 반전의 시발점이 될까. 삼성생명에 17일 챔피언결정 2차전은 올 시즌 농사를 가늠할 중대 일전이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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