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까진 기대 이하지.”
한화 김응용 감독은 과거 해태, 삼성에서 감독 생활을 할 때 말수가 적기로 유명했다. 백 마디 말보단 한 마디 행동으로 모든 걸 보여준 스타일이었다. 2004년 이후 9년 만에 복귀한 현장. 김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건 확실하다. 16일 SK와의 인천 시범경기를 앞두고서도 “시범경기서는 너무 잘 해도 안 된다며?” “왼손? 송진우도 있잖아”라며 위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범경기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화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확실해 보인다. 김 감독은 “지금까진 기대 이하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화는 시범경기부터 공수주에서 전력 약세를 절감하고 있다. 1승 4패로 신생구단 NC에도 뒤진 최하위다. 그래서일까. 위트와 부드러움은 여전하지만 지난해 가을 부임 당시에 비하면 다시 말수가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김 감독은 기자들이 최근 한화 전력을 두고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자 간략하게 답했다. 확실히 심기가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쉬웠다는 지적을 가감 없이 했다. “주변에선 다들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다”면서도 “코치들만 죽어난다”며 애석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윽고 더 이상의 기자들 질문이 괴롭다는 듯 김성한 수석코치에게 “니가 좀 대답해줘”라며 발언권을 넘겼다.
시범경기 5경기를 통해서 본 한화 전력은 예상대로 약했다. 마운드는 선발진 구성이 힘겹다. 5선발 후보라던 좌완 윤근영은 16일 SK전서 2회 갑작스럽게 제구력 난조 속 5실점하며 무너졌다. 그나마 유창식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외국인투수 대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가 있다. 그래도 선발진 후미가 취약하다.
타선은 마운드에 비하면 사정이 낫다. 그러나 16일 SK와의 시범경기서 단 2안타에 그칠 정도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모습. 이런 사정은 나머지 팀들도 비슷하다. 아직 타자들의 감각이 제대로 올라온 팀이 많지 않다. 다만, 수비에서 결정적일 때 실책을 저질러 실점하는 장면은 시범경기서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선수층이 얇아서 대체 인력도 부족해 이들을 그대로 믿고 가야 할 실정이다.
김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선수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위트를 곁들인 화법을 선보였으나 속내는 타 들어가고 있었다. 약한 전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가 쉽다는 표정이었다. 굳어버린 김 감독 대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김성한 수석은 “지금 보여주는 모든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은 분명히 올라오는 중이다. 투수도 구위 점검 과정에 있다.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투수 견제, 수비, 상대 번트대비 수비 포메이션 등을 점검하는 단계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이를 듣고 있던 김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의 요즘 심정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9년 만에 호기롭게 현장으로 돌아왔으나 지난 4개월간 실질적으로 한화 훈련을 지휘하면서 한화 전력의 현실을 절감했다.
김 감독이 온화한 미소를 회복하기 위해선 결국 한화 선수들이 야구를 잘 해야 한다. 일단 시범경기 초반 출발이 나쁘다. 남은 경기서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아무런 과학적 연관관계가 없으나 시범경기서 계속 좋지 않은 경기내용 속에 패배하는 건 김 감독에게도 유쾌할 리 없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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