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SK 전력이 약하다.”
SK 이만수 감독은 솔직했다. 올 시즌 SK의 객관적인 전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 감독은 16일 한화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SK 전력이 약해졌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SK의 저력을 인정하면서도 우승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나는 주저 앉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독이 약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어떻게든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전력으로만 야구하는 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으론 2년 연속 준우승도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 감독은 SK가 전력 약화 속에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범경기부터 뛴다.
▲ 전력 약화, 부지런히 뉴 페이스 테스트
SK의 전력이 약화됐다는 배경을 살펴보자. 지난해 마무리 정우람이 군입대로 빠져나갔다. 어깨 재활 중인 김광현도 빨라야 5월은 돼야 컴백한다. 함께 재활 중인 엄정욱은 그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박희수의 팔꿈치 상태도 썩 좋지 않다. SK가 자랑하는 중간, 마무리 및 선발진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타선에선 4번 이호준, 모창민이 NC로 이적했다. 포수 정상호, 이재원의 몸도 좋지 않아 일단 조인성에게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SK는 시범경기서 선발투수와 마무리, 4번타자 등을 찾고 있다. 선발진은 조조 레이예스, 크리스 세든, 윤희상, 여건욱, 신승현, 문승원 등이 경합 중이다. 박희수의 공백에 대비해 송은범, 채병용은 마무리 후보로 올라왔다. 이호준이 빠져나간 4번타순에도 계속 새로운 선수를 실험하고 있다. 16일 한화전서는 급기야 최정을 4번에 내세워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선발투수들은 괜찮았다. 이 페이스를 잘 유지하길 바란다. 중간 투수들이 기대만큼 해주지 못하고 있다. 경험이 없어서 너무 잘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심리적인 컨트롤이 중요하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포지션의 주전경쟁은 시즌 초반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어쨌든 현 시점에선 SK 마운드가 예년에 비해 헐거워진 느낌이다.
▲ 선수들이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이 감독은 티를 내지 않는다. 시종일관 긍정 마인드다. 이른바 “죽지 않아”다. 그러나 선수들이 무작정 감독의 파이팅에 휩쓸려가는 건 경계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감독이 긍정적이라고 해서 선수가 무작정 좋게 생각해서 풀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여 크게 혼을 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이럴수록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정신 안 차리면 망신당한다. 부담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대외적으론 긍정 마인드를 유지하되, 내부적으론 약해진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긴장을 하고 더 열심히 야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마인드가 밑바탕에 깔릴 때 객관적 전력 약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감독은 “야구는 상대적이다. 딱히 강팀과 약팀이 따로 없다. 정규시즌이 되면 다 똑 같은 조건이다. 더 강한 집중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이만수의 우승론, 그리고 맞춤형 처방
무작정 강한 집중력과 긴장감 유지만 거론하는 건 아니다. 이 감독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우승을 위해선 투수력, 수비력, 베이스러닝, 타격 등 크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할 경우 우승하기 힘들다”고 했다. 중요한 순서대로 언급했다는 이 감독은 전력의 언밸런스가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전력을 가를 수 있는 요소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라고 봤다.
맞춤형 처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광현이 첫 라이브피칭을 갖는다며 반색하면서도 “조심스럽다. 확실하게 몸 상태가 갖춰져야 1군에 올릴 수 있다. 돌아와도 일단 2군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빠른데 성준, 김원형 코치와 상의해서 컴백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4번타자 후보였던 안치용에겐 1군에서 제외하면서 안과에 가보라고 지시했다. “안치용의 공과 방망이 반응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더라. 너무 헛스윙을 많이 한다. 이건 눈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동체시력이 중요한 타자라는 걸 감안하면 이 감독의 처방은 일리가 있다. 타자가 눈에 이상이 생기면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 착용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SK가 약하다고 고백한 이만수 감독.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기자신과 선수들을 동시에 채찍질 중이다. 겉으론 쾌활한 척 하면서 속으론 전력 약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대로 주저앉지 않아”라는 이 감독의 긍정 마인드는 여러모로 많은 걸 의미한다.
[이만수 감독(위)과 SK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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