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피겨 세계선수권, 日스포츠지 코멘데이터들의 논평은 어땠을까
지난 17일, 한국은 하루종일 '김연아 앓이'를 했다.
이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연아 선수가 2위와 20점 이상 차이 나는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의 활약으로 한국은 소치 올림픽행 티켓을 3장이나 얻어낼 수 있었다.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태어난 김연아라는 피겨 천재의 활약은 경이롭기 그지 없다. 누구말마따나, 모든 분야를 통틀어 김연아만큼 전세계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한국사람이 또 있었던가. 또 한 차례 보여진 김연아의 대단한 활약은, 대한민국의 주말을 들썩이게 했다.
한편, 일본 여자 피겨계의 스타 아사다 마오는 이번 대회에서 196.47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를 기록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내심 일본 선수의 우승을 원했던 건지, 일본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한창 라이벌로 불리기 시작했을 무렵에 일본 대중과 언론이 보인 여자 피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온데간데 없다. 이 같은 변화는,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기 시작한 때와 궤를 같이한다.
실제 김연아 선수가 쉰 1년간 아사다 마오는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고, 아사다 마오의 선전과 더불어 다시 피겨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또다시 일본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마도, 일본에는 김연아의 은퇴를 바라는 이가 꽤 많지 않을까.
논란이 많지만, 그래도 아사다 마오는 일본 여자 피겨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김연아에 대항 가능한 선수다. 김연아 선수가 뛰지 않는 트리플 악셀과 더불어 최근에는 2연속 3회전 점프에도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김연아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언론은 끊임없이 아사다 마오를 김연아의 대항마로서, 라이벌로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사다의 실력은 역대 어느 스케이터 못지 않게 훌륭하다. 다만, 김연아라는 불세출의 스케이터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불운이다.
18일 아침에 발간된 일본의 각 스포츠지가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이번 세계선수권 소식을 전한 가운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사의 포커스는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에 맞춰져 있었다.
이날 발간된 일본 대표 스포츠지 4종, 스포츠 호치, 산케이스포츠, 스포츠닛폰, 닛칸스포츠의 지면에서는, 각 신문별 고정 피겨 코멘데이터가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를 논평했다.
일단, 평이한 논평을 남긴 1988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피겨 싱글 부문 일본 대표 야기누마 준코를 제외한 세 명인 코멘데이터는 김연아의 우위를 인정하고 "아사다 마오가 과연 소치 올림픽까지 김연아와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에 대해 논평했다.
피겨스케이터 출신 피겨 해설가로 스포츠 호치의 코멘데이터를 맡고 있는 스구리 치카는, 최근 몇년간 아사다 선수가 실력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꾀했다며, 어려운 구성의 프로그램을 소치 올림픽 때까지 확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게 된다면, 김연아 선수에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제스케이팅 연맹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이자 프로코치로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닛폰의 코멘데이터 오카자키 마코토는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사이에서 나온 '20점 차이'를 소치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단, 그 조건이 꽤나 어렵다. 쇼트프로그램에서 2연속 3회전 점프를 완수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2번 돌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해야 합계가 20점 가까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산 넘어 산이다.
또한, 점프의 난이도를 낮춘 김연아는 더 이상 점수가 올라갈 여지가 없기 때문에 아사다의 실력 향상정도에 따라 차이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케이스포츠의 코멘데이터를 맡고 있는 77년 세계피겨 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사노 미노루도 오카자키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아사다 마오가 소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트리플악셀과 2연속 3회전 점프를 최대한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안정감을 키워 김연아의 독주 체제를 흔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닛칸스포츠의 야기누마 준코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이 두 사람의 대결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각각의 장점을 언급하고,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향상심 상승효과가 있는 듯하다고 논평했다.
그녀는 지면을 통해, 김연아의 정신력을 칭찬했다. 또한, 아사다 마오가 큰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보았다.
또한, 아사다 선수와 김연아 선수가 대회에서 함께 할 때면, 서로 더 나은 스케이팅을 추구하려는 '향상심 상승 효과'가 생기는 듯하다며, 이 둘이 대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 18일 자 각 스포츠지 코멘데이터 언급내용
▲ 스포츠 호치
글: 스구리 치카(피겨스케이터 출신 피겨 해설가)
아사다 선수는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플립 - 트리플 룹의 실패로 조금 점수가 떨어졌지만, 그 이외의 내용은 훌륭했다. 본인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봐도 내년의 좋은성적으로 연결될 내용이었다고 느낀다.
아사다 선수는 최근 몇년간, 사토 코치 밑에서 착실히 진화해왔다. 지금까지는 점프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점프뿐만 아니라, 특히 스케이팅 능력이나 표현력이 향상됐다. 네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는 '백조의 호수'에서도 각 파트마다 표정이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전보다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사다 마오의 프리 경기 중에 신경 쓰였던 것은, 바로 전반부의 스피드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 김연아 선수와 달리 아사다 마오 선수는 평소보다 억눌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보다 어려운 연기구성과 더불어, 쇼트에서의 부진, 중압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사다 선수가 이 어려운 프로그램에 돌입한 것은 2월 사대륙선수권부터다. 소치까지 확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게 된다면, 김연아 선수에도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
▲ 산케이스포츠
글: 사노 미노루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올림픽 남자 피겨 싱글 일본대표, 1977년 도쿄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큰기술 도전하여 김연아의 독주태세 흔들자
이론의 여지가 없는 김연아의 우승이었다고 본다. 실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요소에 추가점을 받았고, 예술점수에서는 10점을 주는 심판도 있을 정도로 완성되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보다도 점프의 난이도 구성을 낮췄고, 되도록 추가점을 받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편, 일관되게 고난이도 기술을 추구해온 아사다의 수확은 부활한 트리플 악셀에서 약간의 실수에 그친 것이다. 소치 올림픽에서 시상대의 중앙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 큰 기술과 연속 3회전 점프에 되도록 많이 도전해야 한다. 앞으로 1년간은 더욱 안정감을 늘려 김연아의 독주체제를 흔들 필요가 있다.
▲ 스포츠 닛폰
글: 오카자키 마코토(국제스이케팅 연맹 테크니컬스페셜리스트, 프로코치)
아사다의 프리스케이팅 경기 초반 2개의 점프 실패는, 같은 실수에 의한 것이다. 피겨의 세계에서는 '체크 아웃'이라고 부르는, 회전을 멈추고 착빙 준비를 하는 동작이 늦어졌다.
결과적으로 착빙했을 때 상반신은 회전운동이 멈추지 않아, 착빙한 하반신은 다른 방향을 향해버린다. 이것이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 평가(GOE)의 감점으로 연결돼, 본래 뛸 예정이었던 3회전 플립, 3회전 룹의 콤비네이션 점프도 불가능하게 됐다. 다만, 그 뒤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괜찮은 연기를 펼친 것은 좋게 평가하고 싶다.
한편,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을 넘어서는 압권의 연기를 펼쳤다. 쇼트에서 지적했듯이 (공백에 의한)기술의 쇠퇴는 보이지 않았고, 어려워했던 트리플 살코도 훌륭하게 결정지었다. 4분간의 연기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란 생각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녀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한국인코치의 적확한 지도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이번 득점차는 1년뒤의 소치에서도 절대적인 것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쇼트에서 2연속 3회전 점프를 완수하고, 프리에서 트리플 악셀을 2번 돌면 합계는 20점 가까이 올라간다. 한편, 점프의 난이도를 낮춘 김연아는 현재 상태에서 점프를 덧붙인다해도 트리플 룹 정도다. 아사다의 실력 향상정도에 따라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고 본다.
▲ 닛칸스포츠
글: 야기누마 준코(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일본대표)
큰 무대에서의 3회전 반(트리플 악셀)이 수확
아사다 선수에게 있어서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과 2연속 트리플 점프에 도전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강호가 모인 마지막 국제무대의 독특한 긴장감 속에서 뛴 것 자체가 수확이었다.
김연아 선수에게서 기술의 대단함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터프함을 느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전은 전혀 다르다. 경기를 치르지 않아 감이 돌아오지 않았을 경우, 실력을 최고조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불안을 느끼게 하지 않는 정신력의 강인함을 재차 실감했다.
아사다 선수와 김연아 선수는 오랜만에 같은 대회에서 마주했으나, 두 사람이 모이면 화학반응으로 상승효과가 생기는 듯하다. 연습을 보더라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알게모르게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키려고 하는 마음이 나타난다. 다음시즌의 대결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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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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