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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매 순간이 아쉽다.”
부산 KT 국보센터 서장훈이 코트를 떠난다. 서장훈은 19일 전주 KCC와의 홈 경기이자 올 시즌 KT의 마지막 경기서 코트와 작별을 고한다. 서장훈은 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경기를 앞둔 심정을 밝혔다.
서장훈은 “며칠 전부터 괜히 감성에 젖었다. 최대한 담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근 원정 경기서 타 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원정 팀들이 호의를 베푼 것을 두고서는 “그런 행사를 바란 건 아니었다. 순수하게 원정 팬들에게 인사를 정중하게 하고 싶었다. 선수들에게도 인사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나머지 9개 구단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 행사를 할 때마다 20년 넘게 농구를 해왔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자리였다”라고 돌아봤다.
전창진 감독과는 특별하게 이야기를 나눈 게 없다고 했다. 서장훈은 “감독님과 특별하게 얘기한 건 없다. 안 해도 감독님이나 저나 어떤 마음일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 은퇴식 없이 은퇴하려고 했다. KT에서 1년밖에 뛰지 않았다. 팀 성적도 좋지 못하고 내가 KT와서 크게 기여한 바가 없었다. 구단에 죄송한 마음에 가급적이면 조용하게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드렸는데 구단 직원들이 그럴 수 없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하셔서 하게 됐다. 너무 부족한데 크게 기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월드스타 싸이의 참석을 두고서는 “연예계에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어디에 가서 친하다고 얘기하는 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내 성격과 맞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싸이와는 인연이 상당히 오래됐다 14~15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다. 싸이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도 잘 안다. 날 예뻐했다. 상당히 친하다. 오다 가다 만난 사이는 아니다. 처음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이 참석을 하겠다고 했다. 고맙다”라고 했다.
특유의 승부욕은 은퇴경기를 앞둔 순간에도 여전했다. 서장훈은 “매 순간이 아쉽다 좀 더 잘 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부족했다. 큰 점수 줄 수 없다. 많이 아쉽다. 다른 이유보다도 더 잘 하고 싶었다. 내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라고 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1995년 농구대잔치 고려대전 버저비터, 2002년 아시안게임 우승이다”라고 했다.
서장훈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도 있다. 지나친 승부욕 속에 경기 중 거친 항의 혹은 제스쳐를 두고 하는 말. 서장훈은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기대를 충족시켜줄 순 없다. 판단은 본인들이 하는 것이다. 그분 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를 하던 그 분들의 몫이다”라면서도 “내가 갖고 있는 철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았다. 농구장은 버라이어티 쇼하는 무대가 아니고 치열하게 승부를 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고의 팬 서비스다. 그 와중에 과한 승부욕이 보기 불편하셨다면 그 점에선 사과를 드리고 싶다. 하지만, 코트에서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고 했던 마음은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후배들에게도 자신을 뛰어넘으라고 당부했다. “내가 그렇게 본받을만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후배들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해서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어 “향후 계획은 아직 없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라고 했고 “오늘까진 선수니까 이런 말을 드리는 건 맞지 않다. 선수의 자세가 아니다. 오늘까진 경기가 남아있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쉬고 나서 나중 일을 생각하겠다”라고 했다.
서장훈은 끝까지 서장훈다웠다. “경기 전 집중해야 하는데 아침부터 집중이고 뭐고 다 깨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 은퇴식도 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하던 대로 잘 해보고 싶다”라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그에게 은퇴식보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준비였다. 서장훈은 잠시 후 은퇴경기를 갖는다.
[서장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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