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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국보 센터 서장훈의 마지막 현역경기를 맞이하는 KT 전창진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전 감독은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올 시즌 최종전이자 서장훈 은퇴경기를 앞두고 “괜히 내가 기분이 이상하다”라며 웃었다. 이윽고 “서장훈은 절대 다시 나올 수 없는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정과 욕심
전 감독은 “1년간 데리고 있었는데 왜 그가 최고의 선수인지 알겠더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장훈이가 더 오래 뛸 수 있게 도와줬을텐데 아쉽다”라고 했다. 전 감독이 본 서장훈은 어땠을까. “무지하게 꼼꼼하다. 라커에 옷을 벗는데도 꼭 항상 반듯하게 접어서 집어 넣는다. 정말 깔끔하다. 잘못된 걸 그냥 지나치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설득했다. 그런 완벽주의가 오늘날 서장훈의 성공을 이끌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이어 전 감독은 “서장훈은 연습경기를 할 때도 욕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끝까지 자신이 득점 욕심을 내고 최고의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라며 “보통 그 정도 베테랑이면 현역 마지막엔 개인기록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데 장훈이는 대단하더라. 열정과 욕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라고 회상했다. 단 1시즌 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장훈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 충분한 시간이었다.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장훈이가 시즌 중 무릎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딱 2번 ‘감독님, 무릎이 너무 아픕니다. 딱 1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라고 하더라. 1주일을 줬더니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또 다시 후배들과 똑같이 연습과 경기에 임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서장훈은 마지막 경기까지 서장훈다운 열정으로 코트를 누볐다.
▲ 쿨한 서장훈에게 반했다
전 감독은 대뜸 “장훈이는 쿨하다”라고 했다. “LG에서 나온 뒤 나한테 ‘감독님, 딱 1시즌만 뛰게 해주십시오. 연봉도 사회에 환원하고 지도자 연수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1년만 뛰게 해주시면 그 다음엔 미련 없이 떠나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했다. 실제 서장훈은 자신과의 약속, 전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전 감독은 “장훈이가 워낙 농구계에 오래 있다 보니 은퇴 후엔 농구계를 떠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러면서 “장훈이 정도면 충분히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는데 한번 마음을 먹으니 변하지가 않는다”라고 했다. 지위나 위치에 연연하지 않았다. 전 감독은 “어떻게 그렇게 쿨한지 모르겠다. 혼도 많이 냈는데 따로 신경질을 내거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야단을 쳤는데 ‘예 알겠습니다’ 하더라. 서로 그런 믿음이 없으면 올 시즌 뛰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다. 장훈이와 너무 늦게 만났다. 좀 더 전성기에 만났다면 오래 뛸 수 있게 배려를 해줬을 텐데”라고 했다. 전 감독은 서장훈의 쿨한 성격과 철저한 프로 정신에 반했다. 그는 “장훈이의 기록은 아무도 깨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그런 선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주성도 35줄인데 아직 장훈이 기록에 못 미치지 않나. 곧 프로에 올 이종현도 장훈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도자 생활 했으면 좋겠다
전 감독은 서장훈이 당분간 농구계를 떠날 것 같다고 얘기를 하면서도 “지도자를 하면 잘 할 것이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데리고 있어보니까 정말 이론적으로 박식하다. 후배들에게도 계속 이론을 설명해주고 이끌어갔다. 왜 선수생활을 오래했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전 감독은 “서장훈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스킬이 있다”라고 했다.
전 감독이 서장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뭐가 있을까. “장훈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잘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어 “최근에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이제까지 주변의 대접을 많이 받고 살았다. 이젠 손해보는 듯 하면서 살아라. 그게 세상의 이치다. 그러면 오히려 더 대접을 받을 것이다’라고 해줬다”라고 했다. 서장훈이 무엇을 하든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농구선수 시절처럼 최고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전 감독의 눈에도 서장훈의 퇴장은 진한 아쉬움으로 와 닿았나 보다. 전 감독은 서장훈을 선발 출전시키면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 출전시키면서 마지막까지 코트에서 열정을 쏟게 배려했다. 그게 서장훈다운 마지막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보급 센터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전창진 감독의 눈가는 촉촉했다.
[서장훈.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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