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연애의 온도'는 연애의 겉을 둘러싼 포장을 벗겨낸 영화다. 흔한 상업영화가 덧씌운 '포장지'를 과감히 벗겨낸 이 영화를 통해 노덕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연애를 하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순간일 뿐"이라고 말하는 노덕 감독은 어쩌면 단맛만을 취하고 쓴맛을 못견뎌하는 오늘날 우리의 이기적인 연애방식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노덕 감독은 "연애를 하면서 상대가 좋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문득 외로워지는 순간들도 있죠. 혼자인 시간도 필요하고 혼자 자신을 챙겨야하는 시간도 필요한데, 그 시기만 오면 '사랑이 식었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보편적인 것일 뿐이에요. 그 순간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사실 지나면 다 아름다운 감정이에요. 영화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서는 '그런 감정으로 우리는 연애를 하고 있지요. 우리의 연애는 그렇게 이뤄져있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그 당연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허덕이고 힘들어하다 끝내는 서로에게 비겁해지는 순간이 등장한다. 바로 놀이공원에서 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네가 헤어지자고해!'라고 외치는 감정의 클라이막스 신. 이 장면은 노덕 감독에게도 힘든 장면이었다고.
"영이의 대사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동희의 대사가 어려웠죠. 영이는 항상 배푸는 입장이었기에 동희를 충분히 원망하고 자신의 입장을 강력하게 항변할 수 있었지만 동희의 감정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 왠지 모를 '억울한 느낌'이 바로 동희의 감정이라고 생각하면서부터는 쉬웠죠. 동희는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는 상태이고 미안하다고 하기도 무책임한 상황이 돼버린, 그러나 그러면서도 억울한 느낌이 드는 그런 감정이었던 거죠. '왜 자꾸 나는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하나'라고 할까요. 그렇게 감정이 풀리면서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영이가 큰 노력과 희생을 하고 맞춰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희도 못지않게 노력했어요. 그래서 동희는 억울할 것 같았어요. 그 억울한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죠."
동희와 영이의 ‘당연한’ 감정적 고저를 평범한 남녀의 사랑싸움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이 다수이지만, 일각에서는 요즘 남녀 저렇게 연애하나라고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도 교차한다.
두 남녀의 연애를 목격한 관객들은 영이와 동희가 그러하듯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연애의 온도'의 출발에는 많은 관객들이 함께 했다. 21일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노덕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