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가 아닌 농구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22일 안양체육관.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47-42. KGC가 근소한 리드를 지켰던 4쿼터. 남은 시간은 8분 19초. KGC 김태술이 속공 상황에서 직접 골밑 돌파를 시도했다. 스텝을 밟고 슛 혹은 돌파를 하려는 찰나. 오리온스 전태풍이 김태술의 후속 동작을 파울로 저지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좀 거칠었던 모양이다. 김태술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KGC 후안 파틸로가 전태풍을 밀쳤다. 전태풍은 넘어졌고, 주위에 있던 오리온스 리온 윌리엄스가 흥분했다. 파틸로와 윌리엄스가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KGC와 오리온스 벤치에 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벤치를 비우고 오리온스 골밑으로 우루루 몰려들어 신경전을 벌였다. 프로농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한 것.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양팀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이 사태를 진정시켰다. 심판진은 전태풍에게 언스포츠맨 라이크 파울을 줬다. 파틸로와 윌리엄스에겐 더블 테크니컬 파울이 주어졌다. 이럴 경우 더블 테크니컬 파울은 상쇄돼 서로에게 자유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태풍의 경우 자유투가 적용돼 김태술이 자유투 2개를 던졌고, 공격권도 KGC가 가져갔다. 비교적 장내 정리는 빠르게 이뤄졌으나 분명 매끄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 경기의 일부분? 승부욕과 단결심으로 봐 달라
이에 대해 양팀 벤치는 경기의 일부분으로 해석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상했으나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승부욕이 발동된 결과다. 나쁜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2차전은 페어플레이를 하겠다”라고 했다. KGC 이상범 감독도 “팬들 앞에선 이런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2차전은 좀 더 젠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팀을 볼 땐 단결력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선수들의 증언은 좀 달랐다. 김태술은 “1대1 상황이었다. 태풍이형의 파울이 심했던 것 같다. 내가 스텝을 밟고 점프를 뜨는 상황인데 일부러 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허리가 삐끗했다. 나도 모르게 흥분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규정상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라면서도 “그런 상황에선 벤치에 앉아있다면 벌금을 물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달려와줘서 고마웠다”라고 했다. 전태풍을 밀친 파틸로도 “태술이 형이 심한 파울을 당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떳떳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팬들 앞에서 정당한 행위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다 보면 일종의 단결심, 혹은 신경전에서 상대를 이길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봤다. 김태술은 혹시 경기 중 상대팀과의 대치 상황에서 벤치를 비우고 나오지 않으면 구단 자체적으로 벌금을 내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런 건 아니다”라며 동료들의 순수한 단결심이라고 강조했다.
▲ 농구? 야구와 다르다. 벤치클리어링 허용되지 않는다
KBL 규정은 어떨까. KBL 규정 제84조(벌과금) 제3항에는 '싸움이 벌어졌을 때 경기를 하고 있지 않은 모든 사람은 벤치 부근에 있어야만 한다. 이것을 위반하는 사람은 최소 1경기 출장 정지에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라고 돼 있다. 또 2항에는 '경기장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하는 사람에게는 최소 1경기 출전정지와 300만원 이상 500만원 이하의 벌과금이 부과된다'라고 돼 있다.
한마디로 규정상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페어플레이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는 것. 사실 야구에도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해 성문화된 조항은 없다. 그라운드에서 대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 선수가 뛰어나오는 게 불문율처럼 굳어있다. 혹시 그라운드에 뛰쳐나오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팀원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선수로 본다. 소위 말해 찍히는 것. 이번 사건으로 농구에서도 팀 내부에선 그런 인식이 암묵적으로 퍼져있다는 게 입증됐다.
야구와는 달리 농구에선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KBL은 규정대로 이 사건을 처리하면 된다. 추후 상벌위원회를 열어 제84조 제3항 위반에 대한 심의 및 벌금 부과를 할 수 있다. 양팀 선수단 내부에선 승부욕, 기싸움이라고 해도 경기장에서,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추태’였다. 코트에선 어떠한 폭력 혹은 몸싸움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날 두 팀의 벤치클리어링은 뚝 떨어진 프로농구 인기 회복에 찬물만 끼얹는 꼴이었다.
[KGC-오리온스 벤치클리어링. 사진 = 안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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