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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대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강사, 스피치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 MC, 김미경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화려했다. 김미경은 '드림온(Dream On)', '언니의 독설'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스타강사로 이제 막 날개를 펼칠 기세였다.
김미경은 불과 7일만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지난 14일 김미경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김미경의 출연은 '무릎팍도사'와 김미경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강호동의 복귀 후 시청률 부진을 거듭한 '무릎팍도사'에게 김미경의 섭외는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대안이었다. 최근 스타강사로서 케이블채널 tvN '김미경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미경에게 '무릎팍도사' 출연은 자신의 인지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신의 한수였다.
윈윈(win-win) 전략은 그대로 통했다. '무릎팍도사' 김미경 편은 시청률 8.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이전 방송분 5.1%보다 무려 3.1%P 대폭 상승했다. 동시에 KBS 2TV '해피투게더3', SBS '자기야'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김미경은 '무릎팍도사'를 통해 주목받았고, 스타강사에서 국민강사로 발돋움했다.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녀의 화술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손짓, 상대방을 압도하는 재치까지, 김미경은 '무릎팍도사'를 통해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김미경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그녀의 추락을 야기했다.
대중은 국민강사로 인식된 김미경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고, 그녀의 과거 발언, 행적에 관심을 나타냈다. '무릎팍도사' 방송 다음날인 15일에는 SNS상에는 김미경을 사칭한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공인에게는 엄중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에서 김미경은 연약한 존재였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인문학 비하 논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논란을 빚은 그녀의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요 자기계발서 같은 거 안 읽어요.' 그럼 너 뭐 읽는데? '저는요, 인문학 서적 읽어요.' 어디 갖다 쓰려고? 인문학 서적은 왜 읽는데? 그랬더니 뭔가 잘 살고 싶대. 인문학 서적 실컷 읽어서 인문학 서적이 내 머리에 들어오고 내 몸으로 들어와서 내 몸과 그 지식이 치열하게 소통하는 거야. 치열하게 소통하고 나면 한 방울 지혜로 남아. 인문학은 지혜 만들기 위해서 읽는 거라고. 근데 그 사람의 지혜가 300페이지 책으로 쓰이면 그가 자기계발을 해온 거고 그게 자기계발서적이야. 근데 안 읽는다고? 웃기고 있어. 시건방 떨고. 여러분 우리가 얼마나 시건방 떠느라고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지 알아요? 나는요. 책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읽는 사람이 문제에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깨달으려면 깨닫거늘 무슨 소리야."
인문학의 비하라고 치부하는 것은 분명한 억측이었다. 김미경은 인문학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기계발서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 '시건방 떨고' 같은 김미경 특유의 공격적 발언이 이 같은 오해를 낳았다. 김미경은 항상 공격적이었다. 항상 청중을 다그쳤고,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거듭했다. 그래도 그 안에는 교훈이 있었기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김미경의 인지도가 올라가며 공인의 타이틀을 얻게 되자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김미경은 인문학 비하 논란에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글로 해명했다. 차분하고 당당한 어조였다.
"인문학이야말로 제 모든 강의의 원천입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이 없었다면 제가 오늘날 인간의 삶과 꿈, 희망에 대해 말할 수 있었을까요. 핵심은 인문학 비하가 아니라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일단락 된듯한 김미경에 대한 검증은 20일 대미를 장식했다. 조선일보는 20일 "김미경이 2007년 2월 작성한 석사 학위논문 '남녀평등 의식에 기반을 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의 효과성 분석'에서 기존 연구·학위논문을 최소 4편 짜깁기했다"고 보도했다.
김미경의 논문은 각 논문의 문장과 문단을 그대로 인용했으며 몇몇 각주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내용과 시점이 맞지 않는 실수도 이뤄졌다. 김미경에게 석사 학위를 준 이화여대 측도 "김씨의 정책과학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표절의 진위를 파악한 뒤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김미경은 다른 논문의 문장과 문단, 각주 등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적어도 남의 콘텐츠를 쓸 때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상식은 알았기에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쓴 논문입니다. 제가 좀 더 글을 섬세하게 다듬지 못하고,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제 양심까지 함부로 팔지는 않았습니다. 부디 이점은 믿어주시기 바랍니다"고 호소했다.
김미경은 또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논문의 전체 흐름과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분만이 확대 해석되어 본말이 전도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며 기업교육을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점과 설문조사에 기반해 논문의 콘셉트, 방향, 목차 등을 직접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론은 차가웠다. 그녀의 해명은 오히려 이화여대 대학원에 대한 모욕으로 인식됐고, 학계의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말에서 더 이상의 해명은 변명으로 다가왔다. 결국 '무릎팍도사' 측은 21일 방송 예정이던 김미경 편 2탄 방송을 보류했다. 그녀의 이름을 달고 방송되던 '김미경쇼' 역시 침몰했다.
김미경은 22일 오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아트스피치를 통해 ''김미경쇼'를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하차의사를 전했다.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적으로 '김미경쇼' 하차를 결심했습니다. 기존에 녹화했던 방송 역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tvN 측에 전달했습니다. 논문 전체가 짜깁기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재인용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저의 불찰이며 해명하는 과정에서 경솔한 언사로 대학원과 졸업생, 재학생 분들께도 많은 상처를 드렸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저와 '김미경쇼'를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이 모든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당사자로서 책임을 지고자 하차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김미경은 사회 멘토로서 공격적인 강의로 자신만의 강의 영역을 구축했다. 청중의 관심과 꿈을 먹고 살던 김미경은 연이은 구설수로 인한 하차의사로 당분간 대중 앞에 서지 못할 것이다.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미경. 사진 = CJ E&M, MBC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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