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택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김시진 감독은 25일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당장은 강민호가 4번을 친다"고 말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가 4번 타자로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다른 4번 타자 후보였던 전준우와 김대우가 상대적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강민호를 4번 타자로 낙점한 것은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돌아온 전준우는 9번의 시범경기에 출전해 타율 .200에 그쳤고 6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 장타는 전혀 없었다. 김대우는 지난 10일 SK전에서 솔로포를 터뜨리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이후에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안정된 기량을 보인 강민호를 4번으로 기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기에는 그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과거 이만수 현 SK 감독과 박경완(SK 와이번스) 등이 전성기 시절 마스크를 쓰면서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올시즌 상황은 포수에게 더욱 불리하다.
올해는 어느 시즌보다 투고타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도루 저지와 치열한 홈승부 등 포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9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영입해 총 19명의 투수들이 리그에 가세한다. 거기에 홀수 구단 체제의 기형적인 일정은 '에이스급' 투수들의 등판 횟수를 더욱 늘리게 된다. 이와 반대로 장타력과 홈런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각 구단 감독들이 한 점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한 '뛰는 야구'를 올시즌 더욱 강조하는 이유다.
강민호의 체력 관리를 위해 지명타자로 돌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지난해 한화에서 영입한 장성호의 포지션과 내야진 교통정리에 부담이 따른다. 강민호가 4번 타자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정신적인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투수진의 '에이스'와 함께 '4번 타자'는 팀의 간판이다. 자칫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누구보다 큰 중압감에 시달리는 자리다. 그렇다고 야구가 개인의 힘만으로 경기의 승패를 가릴 수 있는 스포츠도 아니다.
더욱이 강민호는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다. 'FA 대박'이 예상되는 강민호는 포수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뛰어난 공격력이 트레이드 마크다. 어느때보다 타격 성적이 중요한 시기에 4번 타자 자리는 책임감과 함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팀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타격감이 올라오는 것이 최선이다.
주전 중견수인 전준우는 시즌 기간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다. 지난해 주춤했던 사이클을 끌어올려 다시 상승곡선을 그려야 한다. 2008년 데뷔한 그는 2010년 타율 .289 19홈런 57타점, 2011년 타율 .301 11홈런 64타점으로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해에는 타율 .253 7홈런 38타점으로 주춤했다.
김대우 역시 주전이 뚜렷하지 않은 좌익수 자리에서 1군 무대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중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그의 나이는 올해 서른으로 보통은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지만 그렇다고 기량이 꺾일 나이는 아니다. 오히려 지난 2년여 간 갈고 닦은 실력이 꽃을 피울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김대우는 박흥식 타격코치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고, 전준우도 김대우의 스윙을 "가르시아급"이라고 칭찬할 정도다.
김시진 감독은 강민호를 4번 타자로 언급하며 "당장은"이라는 전제를 깔아 다른이들이 치고 올라오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2011년 이대호와 2012년 홍성흔까지 2년 연속 4번 타자의 이탈로 위기에 빠진 롯데의 화끈한 공격야구가 살아나기 위해서도 다른 타자들의 선전이 필요하다.
[강민호-전준우-김대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