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김민성의 스타★필(feel)]
20년 전 ‘모래시계’에서 고현정 뒤에 서 있던 과묵한 보디가드는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최대 범죄조직인 ‘골든문’의 실세가 됐다. 영화 ‘신세계’에 출연한 이정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관객 400만 명을 가뿐히 넘기고 순항 중인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범죄 조직에 잠입한 경찰 이자성으로 분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뜨거운 찬사를 듣고 있다.
1995년 이정재가 ‘모래시계’로 혜성같이 나타났을 때 대사가 거의 없었다. 연기보다는 조각 같은 외모를 지닌 과묵한 경호원으로 화제가 됐다. ‘신세계’ 또한 다른 인물에 비해 대사나 액션 연기가 많지 않다. 그러나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듯한 외모를 간직한 이정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미세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팽팽하게 조여 오는 텐션, 팽팽한 호흡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정재가 경찰과 범죄 조직원 신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이기에 이들과 만날 때마다 말과 행동이 180도 바뀐다. 강과장(최민식)을 만날 때는 오랜 세월 이중첩자로 방치하는 위험 속에서도 경찰 조직이 자신을 장기의 말처럼 취급하는 데 분노를 터뜨리다가도, 장청(황정민)을 만날 때는 비록 범죄자지만 자신을 100% 신뢰하는 정청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워낙 다혈질에 원초적인 정청에 비해 침착하고 이지적인 자성은 대조적이다. 서로 표현하는 방식은 거칠고 서툴러도 둘 사이의 끈끈함은 선과 악, 적과 아군을 모호하게 한다. 자성 또한 영화 초반에는 경찰의 중심을 지닌 정의로운 인물로 나오나 영화 중반부를 넘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한 자신의 아이를 품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며 선과 악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게 된다.
이러한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는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으며 크게 성공한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그저 그런 작품으로 평가되며, 묻힌 작품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정재는 20년 동안 한국 영화계를 지키며 잘 숙성된 와인처럼 제대로 작품을 담아내는 명품 배우가 되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이번 영화 ‘신세계’ 역시 그러했고, 그의 완벽한 연기 변신은 그의 배우 인생의 신세계를 열어준 듯하다.
[영화 '신세계' 스틸컷. 사진 = NEW 제공]
이승길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