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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흐름을 잡았다.
26일 고양체육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추일승 감독은 비장했다. “작전보다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추 감독의 고백. 사실 1~2차전서 오리온스의 경기력이 KGC에 비해 매우 떨어진 건 아니었다. 2경기 모두 전반전서 주도권을 내준 뒤 후반 추격하는 흐름이었으나 승리를 넘겨준 흐름이었다.
오리온스는 1~2차전 패배로 위기의식을 가졌다. 주포 리온 윌리엄스의 봉쇄. 냉정함을 잃은 전태풍의 플레이. 일부 선수들의 파울관리 실패. 오리온스 선수들은 홈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추 감독은 “선수들이 위기의식이 있다. 힘을 아낄 이유가 없다. 다 쏟아내고 나오자는 말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1~2차전과 똑같이 나간다. 수비에서 좀 더 의지를 갖고 하고, 상대 공격이 정돈되기 전에 반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추 감독의 말대로 됐다. 오리온스가 3차전서 반격에 성공했다.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1~2차전과는 달랐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가운데 마인드가 달라졌다. 훨씬 더 몸놀림이 부지런했다. 오리온스는 1~2차전서 전태풍과 윌리엄스의 2대 2플레이가 막히자 사실상 공격루트를 잃고 개개인의 단발공격에만 의존했다. 그러나 이날 오리온스는 김동욱과 최진수가 적극적으로 미들라인에서 슛을 시도했다. 전태풍이 그렇게 패턴을 깔끔하게 지시했고, 마무리가 됐다.
전태풍은 확실히 달라졌다. 1쿼터에만 어시스트 5개를 배달했다. 2차전 종료 직전 발목 부상을 입은 김태술의 부상 공백으로 한결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전태풍이 승부에 임하는태도가 진지했다. 심판 휘슬에 민감한 모습도 줄었고, 동료들의 플레이를 적극 격려하는 등 한 층 더 팀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전태풍이 살아나자 윌리엄스의 골밑 공격이 살아난 건 당연지사. 매치업 상대 키브웨 트림에게 결코 약한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
추 감독의 지시대로 수비도 달라진 모습. 조셉 테일러는 공격에선 활약이 미미했으나 적극적으로 후안 파틸로의 공격을 막아냈다. 나머지 선수들도 차분하게 약속된 수비를 펼쳤다. KGC처럼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친 건 아니었으나 지역방어와 맨투맨 등 기본적인 수비를 철저하게 했다. 이날 오리온스는 선수교체 횟수를 최대한 줄이고 주전들의 의존도를 높였다. 유기적인 팀 플레이가 잘 되고 있으니 굳이 깰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
시종일관 10점 내외로 앞서던 오리온스. 경기 막판 위기가 찾아왔다. 전태풍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무리한 플레이로 달아나지 못했기 때문. 4쿼터 초반 김성철에게 3점포를 맞아 4점차 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러나 오리온스의 의지와 승부욕이 살아있었다. 승부처에서 흥분해서 무너지는 모습을 또 반복하지 않았다. 윌리엄스를 위주로 확률 높은 공격을 가져갔다.
경기 막판 1점 앞선 상황. 살얼음 승부가 이어졌다. 여기서 김승원과 전태풍이 연이어 중거리포를 꽂아 넣으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KGC는 파틸로가 공격을 사실상 전담한 상황. 오리온스의 집중력이 빛났다. 경기 종료 20초를 남기고 전태풍이 시도한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갔다. 이후 KGC의 공격을 육탄방어로 막아내며 KGC 파틸로의 라인크로스 실책을 유도해 승리를 챙겼다.
KGC는 이날 이정현이 경기 막판 발목 부상을 입었다. 김태술의 부상에 이어 또 다시 악재. 이제 흐름은 오리온스에 넘어왔다. 28일 4차전 역시 홈경기. 이 경기를 잡을 경우 부상자가 많은 KGC는 체력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오리온스의 승리를 향한 의지. 그리고 집중력이 빛났다. 오리온스가 6강 플레이오프 흐름을 가져왔다.
[전태풍.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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