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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운전도 끊고 술도 덩달아 끊게 됐다. 반성 많이 하고 있다. 방송 시작하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 여러분들도 음주운전은 저를 봐서라도 삼가길 바란다"
가수 알렉스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알렉스는 진심 어린 말투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기까지가 적절했다. 하지만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한발 더 나갔다.
MC 윤종신은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산 퍼포먼스를 하자"며 나무젓가락을 꺼냈고, 알렉스에게 '엉덩이 나무젓가락 격파'를 시켰다. '알렉스의 사죄 퍼포먼스'란 자막과 함께 알렉스는 제작진이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나무젓가락을 엉덩이로 격파했다. 윤종신은 "청산 의지를 보기 위해서 몇 개를 시도하겠냐?"라고 묻더니 알렉스가 "4개"라고 답하자 윤종신은 "4년은 정말 아무 일 없이…"라고 맞장구쳤다.
알렉스는 지난해 7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활동을 재개한 알렉스인데, 이미 다른 방송을 통해 직접 음주운전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한 번 더 시청자들을 향해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알렉스의 사과를 가벼운 웃음거리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진지한 분위기였던 앞선 알렉스의 사과마저 무색해져버렸다. 대체 알렉스의 음주운전 사과와 '엉덩이 나무젓가락 격파'는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자칫 음주운전을 가벼운 잘못 정도로 여기게 할 소지가 다분했다. 제작진이 음주운전 아닌 성추행이나 폭행 등의 다른 잘못도 이처럼 쉽게 '엉덩이 나무젓가락 격파'로 가볍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음주운전이 위험한 건 개인의 잘못을 떠나 아무런 상관 없는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으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분위기 형성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음주운전을 지나치게 가벼운 소재로 다뤘다. 프로그램 특성상 웃음을 추구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알렉스의 음주운전 사과까지도 웃음으로 바꿔버린 제작진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음주운전과 관련해 사과한 가수 알렉스(위)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MC 윤종신.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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