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차전 승부, 아무도 모른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KGC가 유리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최종 5차전까지 갔다. 많은 일이 있었다. 1차전서 초유의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발생했고, 2차전과 3차전서 KGC 김태술과 이정현이 차례로 발목 부상을 입었다. 두 팀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고, 4차전서 벼랑 끝에 몰렸던 오리온스가 극적으로 시리즈 스코어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현 시점에서 5차전 결과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 4차전까지 치르면서 KGC의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졌고 오리온스는 객관적 전력을 넘어서서 선전하고 있다.
▲ KGC도 벼랑 끝에 몰렸다, 전력 약화 어떡하나
“시즌 내내 정상적인 멤버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마지막까지 이렇다.” 한 숨을 푹푹 쉰 이상범 감독의 넋두리. KGC는 오세근의 시즌 아웃을 시작으로 정상 멤버로 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부상자가 유독 많았다.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으로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6강 플레이오프서 김태술과 이정현이 연이어 발목부상을 입어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떨어졌다.
김태술과 이정현은 1차전서 전태풍을 철통 마크했다. 그러나 2,3차전서 차례로 쓰러지면서 KGC 특유의 압박수비가 무너졌다. 4차전서 두 사람은 30분 이상 뛰었으나 예전과 같은 수비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발목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긴 어려웠다. 봉인이 해제된 전태풍은 3~4차전서 펄펄 날았고, 오리온스의 공격력 강화로 이어졌다. KGC는 선수 기용 폭이 좁아 정규시즌 막판부터 체력적 난조가 있었는데, 4차전 후반 들어 극대화 된 모습.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지금 체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했으나 걱정이 가득한 눈치다. 한 발 더 뛰는 끈끈한 수비가 장기인 KGC는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 1~2차전을 따내고도 3~4차전을 내주면서 5차전 안양 홈 경기를 치르지만 흐름은 내준 상태다. 체력적으로도 불리하다. 김태술과 이정현이 4차전서 35점을 합작했으나 5차전서 KGC가 살아나려면 키브웨 트림, 후안 파틸로의 공격이 살아나야 한다. 두 사람은 4차전서 오리온스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하면서 합작 15점에 그쳤다.
▲ 전태풍 살아난 오리온스, 안양 원정 부담 떨쳐낼까
오리온스가 3~4차전을 잡아낸 건 전태풍의 플레이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4차전 4쿼터서 해결사 역할을 도맡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차전서도 전태풍은 자기 몫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 김태술과 이정현의 발목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9일 하루를 쉬지만, 완벽하게 회복돼 전태풍을 1차전처럼 집중 마크할 가능성은 낮다.
오리온스는 4차전서 기존에 지적됐던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수비 움직임에 대해서 “숙소에서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얘기를 했다”는 최진수의 말처럼 오리온스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팀이 똘똘 뭉친 상황이다. KGC에 비해 가용인원도 분명 더 많고 체력적으로도 우세하다. 오리온스는 기본적으로 5차전서도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오리온스의 5차전 집중을 방해할 요소가 있다. 경기 장소가 안양이라는 것. 1~2차전서 안양 팬들의 사자후는 대단했다. KGC는 올 시즌 홈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18승 9패를 챙기면서 원정 12승 15패에 비해 강했다. 오리온스를 상대로도 홈에서 2승 1패였다. 체력이 고갈된 KGC로선 믿을 건 홈팬들의 응원뿐이다. 오리온스로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과제를 얻었다.
▲ 과열된 분위기, 5차전서 어떤 영향 미칠까
4차전서 두 팀의 분위기는 과열될 만큼 과열됐다. 으레 플레이오프에선 심판의 콜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두 팀은 1차전서 초유의 벤치클리어링 사태를 일으켰다. 이후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으나 승부 자체가 워낙 치열하다 보니 심판 콜 하나에 울고 웃고 있다. 특히 4차전 후반 들어 조그마한 접촉에도 파울이 불리기 시작하면서 오리온스의 불만이 극도로 고조됐다. 3쿼터 중반 KGC가 자유투만 연속 6개로 동점을 만든 건 절대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4차전 후반 심판들의 파울 콜이 유독 오리온스에 민감하게 불린 경향이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차라리 나를 퇴장시켜”라는 말까지 했으나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5차전 박빙 승부를 펼치는 과정에서 심판의 콜과 판정으로 흐름이 결정적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다면 KGC든 오리온스든 4차전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 한 경기로 올 시즌 농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피를 튀기는 혈전이 될 것이다”라는 농구관계자의 전망이 결코 틀리지 않다.
[전태풍과 김태술(위), 1차전 벤치클리어링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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