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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향미 객원기자] 엄홍길이 유서를 쓴 이유를 공개했다.
29일 밤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땡큐’에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배우 차인표, 산악인 엄홍길, 가수 은지원, 방송인 오상진이 만나 전남 순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날 방송에서 엄홍길은 얼마 전 공개한 유서에 대해 “칸첸중가 등반 당시 유서를 만들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2000년 봄 다시 도전을 했는데 7300m지점에서 돌발 사고가 터져 셰르파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후배와 단 둘이 가다가 날이 어두워지면서 8500m 지점의 절벽에 매달리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엄홍길은 “먼저 간 동료들 생각이 나면서 ‘결국엔 나도 히말라야에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줄에만 매달려 있으니 몸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호흡도 곤란한 상태에서 점점 몸에 감각이 없어지면서 마비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야 된다. 졸면 안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줄 하나에 의지한 채 8500m 절벽에 매달려 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심지어는 동료들과 따듯한 아랫목에서 담소를 나누는 환정까지 들렸다”며 “‘진짜 마지막이구나.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생을 마감하더라도 가족들한테 마음속 유언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성장하면서 아빠가 없을 때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냐. 훗날 성인이 됐을 때는 아빠의 도전에 대해서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다’라는 유서를 썼는데 쓰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렇게 총 10시간을 절벽에 매달려 있었는데 생존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졸다 눈을 떴을 때 해가 떠있었다. 발아래 구름이 보이고 그 사이로 태양이 올라오는데 어느 순간 태양열이 내 몸에 들어와 뜨거운 피가 흐르는 거 같았다. 피가 돌며 몸이 움직여졌고, 간신히 백여 미터 남은 정상에 올라갔다”며 “눈을 파서 태극기와 죽은 동료 두 명의 사진을 묻고 왔다”고 천신만고 끝에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던 날을 회상했다.
[엄홍길. 사진 = SBS ‘땡큐’ 화면 캡처]
고향미 기자 catty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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