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시작은 행운이었지만 그저 요행인 것은 아니었다.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개막전은 9회말 롯데의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으로 끝났다. 롯데가 4-5로 한 점 뒤진 마지막 9회말 선두타자 전준우가 한화의 마무리투수 안승민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때린 평범한 내야 땅볼이 3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오르면서 대망의 연적극이 시작됐다.
3루 베이스 바로 뒤에서 안정적으로 포구를 준비하던 3루수 오선진이 타구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는 사이 전준우는 1루에 안착했다. 운이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이는 계기에 불과했을 뿐 승리의 진짜 원동력은 운이 아닌 전준우의 발에서 시작된 롯데 타선의 짜임새였다.
안승민은 올시즌 처음 전업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미 마무리를 맡아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해 구원 등판한 58경기 성적은 3승3패5홀드16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로 준수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5경기에서 2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고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이런 안승민이 전준우가 출루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속 조성환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까지만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손아섭의 타석에서 전준우가 2루를 훔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앞선 타석에서 홈런성 3루타를 터뜨리는 등 전타석 출루에 성공했던 손아섭이 부담스러웠을 안승민은 결국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하지만 다음 상대는 4번 타자 강민호. 아무리 올해 롯데 타선이 약화됐다고는 하나 4번 타자는 팀내 가장 뛰어난 타자를 의미한다. 결국 안승민은 강민호에게 마저 볼넷을 던져 만루에 몰렸다. 이어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롯데로 이적한 장성호가 좌전 적시타로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박종윤이 개막전 사상 첫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때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날 경기내내 롯데 타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차례의 만루 찬스에서 득점은 고작 1점에 그쳤고, 6회 한화 투수진이 자멸한 덕에 그나마 추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안타로 얻은 타점은 장성호의 동점 적시타가 유일했다.
하지만 마지막 9회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타선이었다. 톱타자 전준우의 출루로 시작해 주루플레이로 상대 투수를 흔들고, 중심 타선의 압박감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결국 5번 장성호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롯데 부임 후 첫 공식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김시진 감독은 경기 전 "방망이는 워낙 기복이 심해 매일 평균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타격 능력을 갖췄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하더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방망이가 터져 에버리지를 맞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일한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장성호는 경기 후 "그동한 팀 전체적으로 배팅이 좋지 않았지만 오늘 경기를 계기로 상승세를 탈 것 같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제 시즌 시작이다. 객관적인 상황과 시범경기 결과가 그대로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금의 롯데 타선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9회말 역전승이었다.
[전준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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